곽진산 금융부 기자
하지만 다음 달 업비트는 이 대열에서 이탈했다. 업비트는 4자 연합이 일부 사업자만의 연대라고 보고 자체 시스템을 통해 트래블 룰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리고 업비트는 순조롭게 ‘1호 신고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달아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업비트만 신고한 이후에는 빗썸과 코인원, 코빗도 신고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중소형 거래소들과 함께 힘을 모아 금융당국에 신고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취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가상자산 업계가 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한 마음 한 뜻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간담회에는 코인원과 코빗 측 대표는 명패만 놓고 참석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인원과 코빗, 빗썸은 트래블 룰 합작 법인을 공동으로 세웠고 결국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받아 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며칠 뒤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만 모여 성명서를 냈다. 앞서 진행된 간담회처럼 실명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엔 그동안 업계의 입장에 힘을 넣어준 4대 거래소의 이름은 없었다.
게다가 그나마 신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던 고팍스도 의견을 보태지 않았다. 금융당국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오히려 신고에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가상자산 업계는 특금법 기한이 다가오기 전에는 힘을 합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협상력을 높이고, 업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자, 거래소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여기선 통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흩어지자 살아났다. 안타깝게도 이 작은 사회에서 ‘공존(共存)’은 없었다. 현재까지 국내 60여 개 거래소 중 신고서를 제출한 거래소는 4개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