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허위 발언해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 등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칭하는 등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불이익을 줬고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 공산주의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1심은 “문 대통령이 당시 변호인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가치 저하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2심은 “문 대통령은 원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동족상잔, 이념갈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산주의자 발언' 부분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라는 말이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한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 교사, 학생,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감금, 고문한 사건이다. 검찰은 허위자백을 받아내 이들을 기소했고 2014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고 전 이사장은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이 사건을 수사했다. 문 대통령은 2014년 재심사건 변호인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