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 디벨로퍼인 헝다그룹이 은행 대출 이자 지급의 불확실성과 손자그룹인 헝다자산관리를 통해 발행한 자산관리상품(WMP, Wealth Management Product)의 상환 어려움 등 부정적 이슈가 불거지며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 역시 단기 영향을 불가피하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신용평가사 피치(Pitch)는 헝다 그룹이 오는 23일 도래하는 채권이자 8350만 달러에 대한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투자등급을 정크 CC레벨로 하향 조정하면서 헝다의 파산위기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에 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헝다 주가는 연초이후 75% 이상, 역외 채권 가격은 70% 가까이 할인돼 거래 중이다. 역내 채권은 9월 13일부터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헝다그룹이 공시한 총 부채규모는 1.97조 위안으로 원화로는 335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단기부채 비중이 80%에 달해 시장에서는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국 시중은행에 헝다그룹 대출규모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지난 해 6월 헝다그룹이 광동성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던 문건 내용에 따르면 총 128개 은행 및 121개 비은행 금융기관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영향의 불가피함을 역설하면서도 중국정부의 개입으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헝다그룹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고, 이번 충격이 외부적인 충격이 아닌 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것일 뿐 아니라 모니터링 가능한 주요 지표들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부동산 위험을 넘어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연결되는 최악의 금융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은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최와 가을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의 헝다그룹 처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헝다 그룹 해체와 자산매각(부동산, 본사, 계열사)에 방점을 찍고 본격적인 부실채권 처리는 내년 말 이후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즉 내년 올림픽과 지도부 교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관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자산운용업계 등도 이미 선제 대응에 나서 관련 상품 등이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헝다 사태는 이미 1년 전부터 거론된 만큼 증권사나 운용사들도 자금 운용을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덱스나 ETF(상장지수펀드)가 소수 있지만 비중이 낮은 만큼 투자자들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최근 파산 우려가 제기된 중국의 부동산개발 기업 헝다그룹과 관련해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했다. 고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헝다그룹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라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