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 회계사
우선 수주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연초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이라는 공시를 내는데 이 보고서 안에 올 해 목표 수주 금액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목표 수주액이 예년 대비 얼마나 증가했는지, 현 시점에서 목표 대비 달성률이 어느 정도인지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월 4일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공정공시) (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을 통해 2021년 현대중공업의 수주액을 88억8800만 달러, 약 10조5000억 원어치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2020년 목표였던 73억2000만 달러보다 약 21% 증가한 것이다.
다만, 2020년 회사의 실제 수주 총액은 53억900만 달러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예측에 최선을 다했겠지만 항상 여러 변수가 발생하다 보니 차이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회사의 목표 수주액이 실제 결과보다 더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수주가 발생되면 그 사실을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통해 알린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5일 한국조선해양이 올린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공시사항을 보면 아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컨테이너선 4척을 5940억 원에 수주했고 현대중공업은 2023년 9월 27일까지 배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공시사항들을 모아서 집계하면 2021년 8월까지 123억3100만 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계산이 된다. 즉, 8개월만에 목표수주액을 39%, 34억4300만 달러 초과했다. 이런 사항은 현대중공업 상장일인 9월 17일에 공시한 ‘영업(잠정)실적(공정공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즉, 투자자는 수주할 때마다 올라오는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를 집계하거나 한 달에 한 번 올라오는 영업(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목표 대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검토하면 투자 전략에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수주액은 그 해의 매출액으로 전액 인식되지 않는다. 장기간 공사를 해야 하므로 수익 또한 계약기간에 거쳐 인식한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은 2021년 1월에 선사와 LPG운반선 건조 관련 공사를 1200억 원에 체결했고 2023년 말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매년 400억 원씩 공사대금을 받기로 했는데 회사는 공사비 1000억 원을 투입해서 만들 예정이고 200억 원의 마진을 남길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공사비는 첫 해에 50%, 다음해에 30%, 마지막해에 20%씩 투입될 것이라면 회사의 첫 해 매출액은 600억 원(1200억 원(수주액)× 50%(공사진행률))이 된다. 수익은 입금 기준이 아닌 공사 진행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수주산업은 당해 매출액이 얼마인지보다 올해 수주액이 얼마나 증가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주가는 선행지표이고 수주액 역시 미래 손익으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주 이후에 공사 원가가 많이 올라가는 상황이 되었을 때 손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조선주가 조정받는 이유도 결국 매출액의 60% 이상 차지하는 원재료, 특히 후판 가격이 상반기에 5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수주 대박을 내고 있지만 반기까지 영업적자를 보인 것도 결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 반대로 말하면 향후 수주할 때는 상승된 후판 가격이 반영된 견적 기준으로 일감을 따 올 것이기 때문에 적자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이 수주한 부분에 대하여는 손익 악화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회사가 지금의 손익보다 앞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상황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기업들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을 다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핵심적인 부분들 위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투자성패도 여기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