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가상자산시장 제도권에 진입할지 이목이 쏠린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이 24일 끝나는 만큼 고팍스가 신규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고팍스와 전북은행의 협상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정무적 판단이 난관이라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기존 4대 거래소 외 신규 실명계좌 취득 가능성은 지난 13일부터 제기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TF 회의 후 김병욱 의원의 발언이 촉매가 됐다. 김 의원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은행 실명계좌를 가지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가 기존보다 한두 개 더 나오는 게 좋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회의에는 김정각 FIU 원장과 안창국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자리했다.
해당 발언 이후 업계에서는 고팍스로 눈이 쏠렸다. 2018년 10월 거래소 중 가장 먼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했고, 올해 초까지 BNK부산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이 주효했다. 특히 특금법상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17일까지 원화마켓을 종료하고 공지를 올려야 하는데, 고팍스는 원화마켓을 닫지 않아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도 모였다.
현재 고팍스는 은행의 실사·평가를 마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구 가입자 증가 효과를 노리는 지방은행 중에서 전북은행이 유력한 협상 대상으로 꼽혔다. 전북은행 관계자 또한 “특금법 신고를 앞둔 만큼 오늘내일이 분수령”이라며 “오늘(23일) 안으로 결정해야 거래소 측에서도 준비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실사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의 신원을 중요도 및 위험도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위험 직업 고객을 따로 분류해서 관리하고 있는지, 고객들의 예치금을 제대로 분리 보관하고 있는지를 주로 검증한다”라고 설명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내부적인 자료상으로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물론 법 시행 후 첫 신규 사례기 때문에 기존 4개 거래소와는 다르게 부담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은행의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로 정무적 판단을 꼽았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험성을 연일 경고하고, 은행이 면책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리스크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곧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어떤 기준으로 실명계좌를 내줬는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장을 소명해야 하는 전북은행 측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실명계좌를) 내놓기보다 현실적 부담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 또한 “은행의 전국화를 위해 거래소가 필요하겠지만, 자금세탁 관련한 추가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시중은행과 비교해 지방은행은 자금세탁 노하우나 시설,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고팍스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 중 관련 업무 전담부서 전원이 (자금세탁방지) 전문가 인증을 받은 첫 사례”라며 “현재 공격적으로 충원도 하고 있고 투자도 하는 등 지금까지 관련 내용에 신경을 써왔다”라고 답했다. 이날 고팍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공인 자금세탁방지전문가(CAMS) 자격증 취득자 14명을 배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거래소의 기대와 은행의 부담이 교차하는 상황인만큼 일각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을 특금법 신고 기한 이후로 미루지 않겠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거래소와의 협상 끈은 이어가되, 정무적 부담을 뒤로 미룰 방안이라는 것이다. 신고 수리 주무 부처인 FIU에서도 신고기한이 지나고 실명계좌를 획득할 경우 사업자 변경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디파이가 각광받는 만큼 사업자도 계속 나올 것이고, 정부에서도 사업자 2차 신고를 준비하지 않겠나”라며 “지금까지 결정을 못 내린 만큼, 은행 측에서도 추후 사업자 변경을 하자고 협상을 미룰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