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안전기준을 규정한 법률이 아닌 다른 법률을 근거로 내려진 행정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LG생활건강이 한강유역환경청장을 상대로 낸 제조·판매금지 및 회수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환경부는 2019년 3~4월 LG생활건강이 제조한 A 세정제에서 구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구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서 정한 기준치보다 많은 양의 비소가 검출됐다며 같은 해 7월 해당 제품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청했다.
올해 한강유역환경청장은 A 세정제에 대해 구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구 화학제품안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조·판매금지 및 회수명령 처분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은 A 세정제가 구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른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받았을 뿐 구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평가받은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세정제가 구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른 안전기준 확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다툼 없는 사실"이라며 "해당 법률에 따라 확인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품을 생산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구 화학제품안전법은 해당 법을 위반했을 경우만 제조금지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A 세정제가 구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른 평가만 받았음에도 구 화학제품안전법을 위반한 것을 전제로 한 한강유역환경청장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구 화학제품안전법 개정 내용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 화학제품안전법에 부칙을 신설해 구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른 안전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이전에는 구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라는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제재의 실질적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2020년 신설된 구 화학제품안전법의 부칙에 따라 2019년 제조된 A 세정제를 규제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소급적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