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갈비에 시원한 육개장, 갈치구이, 떡갈비까지 식탁을 채우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로 차리는 식탁은 빠르고 편리한데다 영양적인 균형까지 고려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2년 가까이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먹는 즐거움은 한층 커졌다. 배달 음식 시장 역시 커졌지만 넘쳐나는 일회용 식기와 강한 조미료 맛에 질린 이들은 HMR과 밀키트에 열광한다. 밀키트의 경우 한번 조리할 분량의 식재료만 담아 1~2인 가구라도 남은 식재료를 버릴 일이 드물다.
팬데믹이 식문화까지 바꿨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재택수업이 확산하면서 가족이 식탁에 마주앉는 시간도 늘어났다.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어도 HMR과 밀키트 덕에 주방에 머무는 시간은 단축됐다. 짧게는 10분에서 최대 30분이면 식사 준비에 충분하다. 집이 곧 레스토랑이라는 의미의 ‘집스토랑’ 열풍은 팬데믹 이후 국내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불어닥쳤다.
코로나 19 이후 집밥족이 늘면서 HMR 시장의 성장 속도는 한층 가팔라졌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HMR 시장은 4조원대로 성장했고, 2022년에는 5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글로벌 밀키트 시장규모는 11조 원에 이른다. 이 역시 3년만에 30% 가량 성장한 수치다.
HMR 시장이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부상하면서 경쟁도 치열하다. 식품기업이 먼저 포문을 연 HMR시장에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은 물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체까지 가세했다. 외식업체들은 매장 대표 메뉴를 HMR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상, 동원F&B 등 식품 기업들은 HMR 덕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밀키트 전문기업인 프레시지의 경우 지난해 매출(1500억원)이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유통업계도 HMR과 밀키트를 특화하고 있다.
GS리테일은 HMR 전문 스타트업 기업 테이스티나인과 협업해 ‘편의점 밀키트’ 브랜드를 론칭하고, 우삼겹 부대찌대와 트러플크림&깐쇼새우 파스타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출시 10여일 만에 10만개가 팔리며 GS25 자체 간편식 카테고리 최고 매출 1, 2위 상품으로 등극했다.
BGF리테일 역시 TV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의 우승 메뉴를 밀키트로 선보이며 HMR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편스토랑 방영 1년 사이 밀키트는 10여 종 출시됐으며 지난달 매출이 첫 달 대비 두 배 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24도 인기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와 손잡고 밀키트를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각종 간편식 상품을 한 곳에 모아 선보이는 ‘밀키트존’을 전국 매장에 도입했다. 밀키트 PB상품인 ‘홈플러스 시그니처’를 론칭하고 불고기버섯전골, 우삼겹된장찌개 등의 메뉴를 내놨다. SSG닷컴은 한식부터 중식, 일식, 양식, 동남아식 등 총 90개 메뉴 200여종의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밀키트 전문관’을 운영 중이다.
외식기업 중에서는 BBQ, 굽네치킨 등 치킨 브랜드가 닭을 주재료로 한 HMR 메뉴를 확대하고 있으며 삼원가든과 SG다인힐은 미식큐레이션서비스 플랫폼 캐미아 온라인몰을 오픈하고 한식, 이태리식, 안주 등 다양한 RMR을 선보이고 있다.
언택트 소비의 또다른 수혜주로 구독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5조9000억 원이었던 구독경제 시장은 40조원까지 성장했다.
삼다수, 아이시스 등 대부분의 생수 브랜드들이 생수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커피, 식빵, 샐러드까지 구독경제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시장 초창기에는 식품 기업과 스타트업이 구독경제를 주도했다면 지금은 거대 유통·플랫폼 공룡까지 가세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스마트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고 카카오 역시 ‘구독 ON’으로 맞불을 놨다. 최근에는 먹거리에서 그치지 않고 청소, 세탁서비스까지 소비 전반으로 구독 경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경제는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서비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코로나로 내점이 줄어든 복합쇼핑몰이나 온라인 플랫폼들이 앞다퉈 소비재기업과 제휴해 구독경제 품목을 늘리는 것도 코로나19로 익숙해진 언택트 소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