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8월 국내 경제의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쳤다. 이 같은 ‘트리플 감소’는 5월 이후 3개월 만이다. 7월부터 내려앉은 기업 체감경기도 9월에 더 나빠졌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먹구름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서 8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8(2015년=100)로 전월보다 0.2% 하락했다. 7월(-0.6%)에 두 달째 마이너스다. 광공업(-0.7%)과 서비스업(-0.6%) 모두 부진했다. 광공업의 비중이 큰 제조업이 0.4% 감소했고, 서비스업은 6월과 7월 증가했다가 다시 꺾였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8.5로 0.8% 하락했다. 설비투자(-5.1%)도 작년 5월(-5.7%)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p) 떨어진 102.4로 두 달째 하락세다.
이날 함께 발표된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9월 전산업 업황BSI가 전월보다 3p 내려간 84로 나타났다. BSI는 기업들의 경기인식에 대한 조사지표로 100을 웃돌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많고,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전산업 업황BSI는 코로나 4차 유행이 본격화한 7월과 8월 각각 87이었다가 9월에 더 나빠졌다. 제조업BSI가 90으로 5p, 서비스 등 비제조업은 79로 2p 떨어졌다. 수출기업(101)이 8p나 급감했고, 내수기업(84)은 2p 하락했다. 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10월 전산업 전망BSI가 86으로 1p 내려간 가운데, 제조업(93)이 3p 낮아졌고 비제조업(81)은 전월과 같다.
코로나 확산세는 진정되지 않는데, 개선 조짐을 보이던 주요 경기지표들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심리 반등과 재난지원금 등의 효과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외변수의 경기 하방요인들이 계속 누적되는 양상은 오히려 더 비관적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예고와 중국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의 파산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질 위험이 우선 우려스럽다. 더구나 국제 유가와 원자잿값이 계속 고공행진이고,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성장 후퇴, 고질적 반도체 수급난 등이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정적 영향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멀어지는 상황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지원과 함께, 원자재 수급과 물류난 등 수출 애로 해소가 급하다. 특히 기업투자를 늘리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 경기가 더 주저앉는 것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