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넷플릭스 하이틴 영화 ‘히즈 올 댓’으로 보는 ’파노플리 효과’

입력 2021-10-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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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1999년작 '쉬즈 올 댓'을 리메이크 한 '히즈 올 댓'은 메이크 오버 전문 인플루언서 패짓(오른쪽·에디슨 레이 분)의 성장기를 담은 전형적인 하이틴 영화다. (넷플릭스)

화려하고 예쁜 외모에 100만 팔로워를 거느린 10대 인플루언서 패짓. 라이브 방송을 켜자마자 좋아요가 쏟아지고, 3000달러가 넘는 구두 등 온갖 협찬을 받는다. 학교 성적도 좋고 인기 많은 연예인 남자친구까지 있으니 말 그대로 완벽.

하지만 완벽했던 그의 일상은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적발하며 꼬이기 시작한다. 패짓이 바람 현장을 목격하며 눈물 콧물을 짜는 모습이 SNS 라이브로 생중계되면서다. 콧물이 거품처럼 흐르는 장면은 밈(meme)화 되고, 패짓은 '버블걸'(Bubble girl)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는다. 인플루언서의 생명인 팔로워와 협찬도 잃는다. 넷플릭스 하이틴 영화 '히즈 올 댓'(He's all that, 2021)이다.

영화 '히즈 올 댓'은 10대 인플루언서로 화려한 일상을 살며 진짜 자신을 숨기던 주인공 패짓이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과 함께 하이틴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1999년 원작 ‘쉬즈올댓’의 리메이크 작이다.

실제 자신과 달리 부유한 척하며 겉치레만 몰두하던 패짓은 갖은 성장통을 겪으며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함을 깨닫는데, 하이틴 영화인만큼 사랑도 빼놓지 않고 쟁취한다.

▲패짓이 남자친구의 바람 현장을 목격하며 눈물 콧물을 짜는 모습은 라이브로 SNS 라이브로 생중계 되며 삽시간에 퍼진다. (넷플릭스)

영화는 원작의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SNS·인플루언서 문화 등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지금의 10대의 문화를 잘 묘사했다. 패짓 역을 맡은 에디슨 레이는 실제 인플루언서 출신이기도 하다. 틱톡에서 84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팔로워가 많다.

보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10대~20대 사이에서는 '플렉스'문화가 떠올랐다.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던 플렉스 문화가 한국에 건너온 것이다. 특히 요즘 10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빨리 명품 소비에 눈을 뜨고 있다.

과거와 달리 유튜브, SNS의 언박싱(Unboxing) 콘텐츠를 통해 명품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가 10대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아이돌 연예인들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모델, 엠버서더 등을 맡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패짓은 잃어버렸던 인플루언서로서 명성을 되찾기 위해 학교에서 인기없고 존재감 없는 캐머런을 근사하게 꾸며 그를 '프롬킹'으로 만들고자 한다. (넷플릭스)

이렇게 늘어난 10대들의 명품 소비 속에서 '파노플리 효과'를 엿볼 수 있다. 파노플리 효과란 소비를 통해 제품을 소비할 것처럼 여겨지는 계층 및 집단과 동일시되는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가 처음 밝힌 개념이다.

그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에도 한 사람의 이상적 자아가 반영된다고 보았다. 소비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의 명제를 충실하게 실현하는 셈이다.

▲극 초반 패짓은 자신의 모든 일상과 뷰티팁을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하며 각종 협찬을 받는 등 화려한 겉치레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넷플릭스)

최근의 명품 소비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건 '베블런 효과'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계속해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전 경제학은 수요와 가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설명해왔는데, 1899년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베블런은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이 오르는 물건에도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가격을 인상했으나, 여전히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오픈런'은 예삿일이고 늘 샤넬 매장 앞에는 긴 줄이 서있다. 매장 앞에서 대신 줄을 서주는 '아바타 서비스'가 등장할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린 소비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나, 변함없는 인기 요인에는 '샤넬'이라는 절대적인 브랜드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패짓은 메이크오버 전문 인플루언서라는 특기를 살려 후줄근하던 캐머런(태너 뷰캐넌 분)을 근사하게 만든 뒤 그와 사랑에 빠진다. (넷플릭스)

사실 '히즈올댓'의 주요 서사를 이끄는 '외모', '메이크 오버', '내면' 등의 소재는 그동안 하이틴 영화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변주됐다.

늘 여자주인공은 주변 친구들과 겉치레에 흔들리다가 내면의 중요성을 깨닫고 성장한다. 혹은 자신감 없이 별 볼 일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던 와중 메이크 오버를 통해 재탄생하며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늘 비슷해서 때로 지루하게 느껴지는 데도 이러한 서사가 반복되는 건 여전히 많은 10대들이 외모에 몰두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남자주인공 캐머런은 "고등학교는 자신이 아닌 다른 뭔가인 척하는 겁쟁이들 천지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자신이 아닌 다른 뭔가인 척 하는 겁쟁이들은 학교 밖 담장을 넘어도 수두룩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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