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연립·다세대)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9개월 연속 추월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매매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빌라 매입으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법원경매에서도 빌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빌라 매매량은 2259건을 기록했다. 최종 통계가 나오기까지 약 한 달여의 기간이 남았지만, 현재 기준으로 아파트(1232건)의 배에 가까운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서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한 건 벌써 9개월째다. 통상 주택 시장에선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아 빌라보다는 아파트의 거래량이 2배 이상 많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자 내 집 마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택 수요가 빌라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빌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빌라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 7월 3.3㎡당 203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최고치다.
법원경매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수도권 빌라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9.7%로 올들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79.7%)보다 10%포인트(p)나 높아진 수치다.
수도권에서 낙찰가율이 가장 많이 치솟은 곳은 서울로 한 달 사이 84.2%에서 97.7%로 급등했다. 경기가 77.4%에서 82.7%로, 인천은 78.4%에서 83.9%로 각각 올랐다. 모두 올들어 최고치다.
반면 6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워 온 아파트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117.0%에서 지난달 116.3%로 소폭 하락하며 7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법원경매 시장 역시 매매시장처럼 내 집 마련 수요가 아파트에서 빌라로 번지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빌라 매입 열기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점친다. 공급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전세난, 대선 이슈 등으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금융권 대출 한도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예고에도 가을 이사철 수요 유입으로 상승 기조가 쉽게 전환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택 수요가 빌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경우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