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거둬지지 않아 활동하기 어려워"
이준석 "머리 숙여 감사"…특검 재차 요구
민주당, 윤리위 제소했지만 난처한 상황
곽상도 무소속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수령 논란으로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곽 의원 제명안까지 꺼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국민의힘은 곽 의원의 사퇴로 한숨 돌리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에 곽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는 등 대장동 특혜 의혹을 국민의힘에 돌렸지만, 이번 사퇴로 난처하게 됐다.
곽 의원은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가지 드렸던 말씀들을 다 믿어주셨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어떤 말씀을 드려도 오해만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며 "불신이 거둬지지 않아서 국회의원으로서 더 활동하기 어려워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앞서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퇴직 후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정치권에 번지는 상황이라 국민의힘에서 탈당했고 곽 의원은 자신이 관련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명했지만, 계속해서 의원직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곽 의원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앞서 곽 의원이 논란이 일자 탈당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곽 의원 제명안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특검을 관철하기 위해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자 지도부 내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급기야 내홍으로 번질 위기까지 불거졌다.
이 대표는 곽 의원의 사퇴 직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곽 의원의 정권교체를 위한 결기 있는 판단에 머리 숙여 감사하다"며 "곽 의원의 결단에 대한 경의와 당 대표가 돼서 이렇게밖에 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항상 품고 정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의 당원과 지지자들도 곽 의원의 결기에 더 강하게 특검을 거부하는 민주당을 지적해주시라"며 "민주당은 하루속히 특검을 수용해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특검을 거부하는 쪽이 범인"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곽 의원 사퇴 후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장동 특혜 의혹을 연결지으며 공격에 나섰다. 윤석열 후보는 "곽 의원의 결단을 평가하면서 그의 사퇴가 대장동 게이트의 철저한 수사와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악취가 진동하는 대장동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야당의 어떤 약점도 허용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는 "곽 의원의 책임 있는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지사와 민주당도 더 이상 특검을 회피하지 말고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재형 후보는 "용단을 내려주심에 감사드린다"며 "반드시 승리해서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의 사퇴 결정으로 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이다. 앞서 국회 윤리위에 곽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대장동 특혜 논란을 야권 쪽으로 돌리려 했지만, 곽 의원이 사퇴하면서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곽 의원은 국회 사무처가 문을 여는 대로 사퇴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이 특검을 거부하고 곽 의원의 징계까지 주장했던 만큼 사퇴안을 처리해줄지는 미지수다. 곽 의원은 "국민의 법 감정이 어떤지는 알긴 하지만 너무 채근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 주면 좋겠다"며 "오해를 거둬주시면,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래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