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브랜드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회사들이 있다. 일본 100엔숍, 미국 달러트리, 캐나다 달라라마다. 이들 기업은 최저 균일가를 무기로 디플레이션 시대 승자로 꼽혔지만, 최근 불황 속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비용 부담 분을 가격에 반영해야 할지, 아예 브랜드명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과거 수십 년 간, 기업들은 사업 내용이 브랜드명을 뛰어넘는다는 현실에 직면해왔다. 대표적인 게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과 전자제품 유통업체 ‘라디오셱’이다. 세븐일레븐은 이름과 달리 현재 대부분의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고, 라디오셱은 라디오 외에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업 내용대로라면 세븐일레븐은 ‘세븐투세븐’으로, 라디오셱은 ‘일렉트로닉셱’쯤으로 바꾸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얼굴인 간판을 수시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이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미국의 다이소’로 불리는 달러트리가 공급망 혼란과 노동시장 불균형에 의한 투입 비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 상승을 예고한 것이다. 전 제품을 1달러 균일가로 판매한다는 정책을 고수해온 달러트리는 앞으로 균일가를 1.25달러나 1.50달러로 올린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달러트리는 이전부터 여러 낮은 가격대에서 유연하게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고 어설픈 해명을 내놨다. 회사 웹 사이트에 따르면 미래에 여러 가격대에서 판매하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1993년에 회사명을 ‘온리 1달러(Only $1) ’에서 ‘달러트리’로 변경했다.
마이클 윈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브랜드 약속은 가격대에 상관없이 고객이 달러트리에서 구입하는 것에서 큰 가치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명 변경은 없다고 한다.
캐나다에도 달러트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회사가 있다. 달라라마다. 닐 로시 달라라마 사장 겸 CEO는 지난달 초 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가격 정책을 언급했다. 현재 달라라마는 제품 최고 가격을 4달러로 제한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탓에 4.5달러로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로시 CEO는 “나는 4.50달러로의 인상을 오랫동안 거부해왔다”며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달라라마가 최고 가격을 4달러로 마지막 올린 건 2015년이었다. 그는 “컨테이너와 운송 비용에 대한 압박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가격 인상은 긴 인플레이션 기간을 헤쳐나갈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달라라마는 컨테이너 운송업체와 협상 중이며, 이 협상 결과는 2022회계연도 가격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몬트리올 소재 매체 라프레세는 전했다. 달라라마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50~60%가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저 균일가 본고장 일본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 터널을 거치던 시기, 일본에서는 100엔숍이라는 균일가 숍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물가와 임금이 오르지 않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중국에 위탁 생산을 하고, 선박을 이용한 저렴한 운송편을 이용함으로써 저가를 실현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면서 100엔숍의 사업 모델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뼈아프다. 이에 더는 100엔 균일가를 유지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100엔 균일가 정책을 파괴하거나 제품 평균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려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