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20명 중 첫 입각만 13명...스가, 아베 때보다 늘어
외무상과 방위상은 유임...아베 측근들 요직 차지
반도체 등 주요 물자 확보·중국 의존도 낮추기 나설 듯
NHK방송에 따르면 내정된 각료 20명 가운데 첫 입각은 13명에 이른다. 지난해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5명, 2012년 아베 신조 내각의 10명과 비교했을 때 신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재입각은 4명, 연임은 2명, 자리가 바뀐 경우는 1명 등이다. 호소파와 다케시타파가 가장 많은 4자리씩을 차지했고, 아소파와 기시다파가 각각 3명, 니카이파는 2명, 무파벌 3명으로 이뤄졌다.
재무상엔 아소파의 스즈키 순이치 전 환경상이 내정됐다. 외무상과 방위상은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 내각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관방장관은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이, 경제산업상은 하기우다 고이치 현 문부과학상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새 정권에서 아베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됐다. 유임된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이며 스즈키 차기 재무상은 아베와 가까운 아소 다로 전 부총리의 처남이다. 경제산업상 자리를 받게 된 하기우다 역시 아베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아베 측근들이 요직으로 가는 그림이다.
총재 선거에 출마해 기시다와 연계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당 정책을 관리 감독하는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직에 올랐다.
기시다 내각은 선거 공약대로 반도체 등 주요 물자 확보를 위한 경제 안보 강화와 대중국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시다는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사시 국내 경제 활동을 안정시키기 위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년여 만에 멈춰버린 스가 내각의 디지털화와 탈탄소 정책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아베 측근들이 요직으로 가면서 경제 정책 역시 아베 내각과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아베 내각은 과거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구현했다. 다만 지출이 늘면서 정부에 막대한 부채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도 받았다.
기시다 신임 총리 역시 지난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연말까지 수십조 엔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을 내놓겠다”며 대규모 자금 공세를 약속한 상태다.
아베노믹스 입안에 관여했던 다카이치가 선거 공약을 정리하는 역할인 정조회장을 맡은 것도 아베노믹스의 연장이라는 예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기시다가 소득재분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기존 아베노믹스와 차이점도 있다. 과거 아베노믹스는 대기업 중심으로 제공된 혜택으로 인해 소득 불평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반면 기시다는 이번 선거에서 “성장이 중요하지만, 분배도 생각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상해질 것”이라며 중산층 성장을 통한 소득재분배를 약속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기시다 신임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답습하면서 부의 재분배나 소득 확대에 중심을 둘 것”이라며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구체 방안은 아직 부족하다. ‘몸집 불리기’식 예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경기가 정체된 채 정부 부채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기시다 신임 총리가 14일께 중의원(하원)을 해산, 19일 차기 중의원 선거 일정을 공시하고 31일 선거를 실시할 의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