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선 깨진 코스피...“실적 장세로 가는 진통 과정”
코스피지수가 6개월 만에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실적 장세로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진통 과정이라고 비유했다.
5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6200억 원 넘게 팔아치우며 장중 최저 2940.59까지 지수를 떨어트렸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2940선 이하로 내린 건 지난 3월 9일 장중 2929.36을 찍은 후 두 번째다. 코스닥지수는 2400억 원 규모의 개인 투매가 쏟아지며 960선 아래로 떨어졌다.
◇출렁이는 글로벌 증시...‘삼천피’도 깨졌다 = 미·중 무역마찰, 미국 부채 한도 협상 이슈 등 거시경제 리스크가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발 경기 불확실성,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이어 금리 상승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증권가에서도 4분기 코스피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내년 코스피 순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주가 반등세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코스피 예상 밴드 2900~3200포인트로 제시하며 “테이퍼링 개시는 곧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중장기 유동성 여건이 변화하는 요인”이라며 “대외 여건이 바뀌면, 신흥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져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세가 약화하고 있어 외인들이 사야 주가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및 실적 모멘텀 피크아웃, 연준 출구전략 부담, 헝다발 아시아 크레딧 리스크 등으로 외인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 경기 둔화 우려도 투자자 심리를 위축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공급 충격 따른 비용 상승은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실물경제 부진이 심화하면 크레딧 위축 가능성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코스피 예상 밴드로 2900~3200를 제시하며 “기본적으로 시장이 둔화 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보니 대외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경기는 여전히 확장 국면이며, 경기가 정점을 통과했다거나 침체를 앞두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며 “경제 상황이 좋으니까 금리를 올리는 것이기에 단순히 유동성 장세에 취하기보단 경기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배당주·은행 중심 대응 =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동하는 만큼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기대 눈높이를 낮추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도 권고한다.
유종우 센터장은 “대외적 불확실성 완화, 원/달러 환율 안정화 확인이 필요하다”며 “경기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확장적 재정정책의 수혜(정부 육성산업)가 가능한 기업에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ESG 관점에서 친환경 산업에 관심을 유지하며,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능가할 수 있는 금융주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택 센터장은 “업사이드가 제한된 가운데 변동성이 높은 구간이어서 투자는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주식시장에서도 배당이나 금융, 유틸리티처럼 베타가 낮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철수 리서치센터장은 “전체적으로 위험관리에도 신경 쓰되, 주식 내에서는 경기사이클에 민감한 주식보다는 구조적 성장세가 기대되는 섹터·종목으로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