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2P 대환대출 ‘0건’…금감원 530억 채권 회수 '뒷짐'

입력 2021-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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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업계 14개사 줄폐업 위기…온투협회 대환대출 온라인 접수
접수 한달 신청 '0', 투자자 소송 가능성…금감원 "개입할 사안 아냐"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추진한 ‘P2P 대환대출 상담창구’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P2P 대환대출은 금융위원회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자)로 등록하지 못한 업체에서 제도권으로 등록한 업체로 대출을 대환하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미등록 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 중 단 1명도 등록 업체로 대환대출을 신청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협회 측에 책임을 떠넘기며 당국의 업무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온투협회)에 대환대출을 신청한 사례는 0건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P2P 등록을 신청하지 않은 업체 중 일반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대출 잔액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약 14개 사(대출잔액 530억 원)가 폐업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환대출 신청을 하지 않는 기조가 이어질 경우 최대 530억 원 규모의 대출채권이 회수될 수 없는 것이다.

◇소송 밖에 없는 투자자= 지난해 8월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위에 온투업 등록을 마치지 못한 업체는 신규 대출을 모집할 수 없게 됐다. 온투업 주요 금융위 등록 요건은 △최소 5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 △인력 및 물적 설비 구비 △내부통제장치 마련 △이용자 보호 업무방안 구비 △임원, 대주주, 신청인에 대한 사회적 신용 등이다.

온투법 시행 전에 설립된 회사에 한해 법 적용 유예기간 1년을 부여하면서 올해 8월부턴 모든 P2P 업체가 온투업 등록을 해야만 신규 대출을 모집할 수 있다. 등록하지 못한 업체는 문을 닫거나, 대부업자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자로 전환한 업체는 없다.

온투협회에서는 온투업 등록을 신청하지 않은 P2P 업체들의 폐업 가능성에 대비해 유예기간이 끝난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 업체로의 대환대출을 신청 받고 있다. 대환대출 신청 대상은 금융위에 등록된 P2P연계대부업자로부터 대출을 받은 차입자로, △현재 대출채권을 보유한 △연계대부업자 △차주명 △대출 만기일 △대출채권 금액 △담보물 정보 △선호 온투업자 등을 입력해야 한다. 협회가 나서서 온투업 미등록 업체 대출을 등록 업체로 대환을 추진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회 홈페이지에 공지해 (협회가 대환대출을 추진한다는 건) 업계에서 당연히 알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대환대출을 진행한다는 걸 알면서도 대환대출 신청 건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서 대환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케이스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접수 기간 한 달이 지나도록 신청 건수가 전혀 없다는 것은 만기 미도래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줄소송 가능성도 점쳐진다. 온투법상 추심을 할 수 있는 건 온투업자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채권추심업 허가자 중 온투업자가 위탁한 자다. 업체가 온투업 등록을 마치지 못해 문을 닫으면 투자자들은 직접 추심을 할 수 없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업체 또는 차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업체가 미등록으로 폐업할 경우 잔존업무를 처리하고 대출금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도록 법무법인 및 채권추심업체와 사전 계약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한 업체 대표는 “당장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 추심을 할 사람(업체 대표)이 몇 명이나 있겠냐”고 했다.

◇떠밀어놓고 뒷짐진 금감원= 대환대출 신청 건수가 ‘0’인 상황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그건 협회에서 하는 사업이라 금감원이 특별히 개입하고 이런 건 아니다”라며 “굳이 금감원이 나설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금융권 가계대출을 옥죄며 돈이 필요한 사람을 제도권 밖으로 몰았던 금융당국이 이제와 미등록 P2P 업체 투자금의 미회수 가능성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경고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1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과 화상회의로 만나 신용대출을 조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같은 달 25일까지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에 신용대출 현황과 연말까지의 관리 방안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9월 말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2조 원 증가했다. 같은 해 8월 증가분(4조705억 원)보다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증가세가 주춤한 배경을 두고 은행들의 대출 속도 조절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강화 주문으로 당시 카카오뱅크는 ‘직장인신용대출’의 최저금리를 연 2.01%에서 2.16%로 올렸다. 국민은행은 한도가 4억 원이던 전문직 신용대출과 3억 원이던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을 모두 2억 원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우리주거래직장인대출’ 우대금리를 1.0%에서 0.6%로 낮췄다. 농협은행도 ‘금융리더론’, ‘슈퍼프로론’의 최고 한도를 2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낮췄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제1금융권 가계대출 규제를 신경 쓰다 보니 풍선 효과로 밀려나서 P2P까지 이용하는 저신용차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려가 부족했다”며 “대환대출 사업이 그렇게 활성화되지 못한 건 정부가 관심도가 덜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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