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첫 적용…내비게이션ㆍ공조ㆍ오디오ㆍ뉴스 등 작동 가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수입차 업계의 최대 약점이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검색 기능을 한국 시장에 최적화하기 어려워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약점을 완벽히 극복했다. 한국 시장을 위해 티맵(Tmap)모빌리티와 공동 개발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티맵’과 AI 플랫폼 ‘누구(NUGU)’, 사용자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FLO)’를 통합해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스템 개발에만 300억 원이 투입됐다. 그간 티맵을 내비게이션으로 채택한 사례는 있었지만, 커넥티비티 서비스와 통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볼보는 도심형 SUV ‘XC60’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가장 먼저 적용했다. XC60은 2009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세계에서 누적 판매량 168만대를 넘어선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신형 XC60을 만났다. 신형 XC60은 일부 디자인을 손봤다. 전면부에는 크롬바를 추가해 넓은 차체를 강조했고, 주력 트림인 인스크립션 모델 내부에는 크리스털 기어노브와 바워스&월킨스 사운드 시스템을 기본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크게 눈에 띌만한 차이점은 없다.
핵심은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차에 탑승해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시스템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다. SKT의 AI 플랫폼 ‘누구’를 부르듯 “아리아~”라고 말하기만 하면 내비게이션부터 공조, 전화와 문자, 음악 재생, 뉴스 등 정보 검색, 스마트홈 서비스까지 작동할 수 있다.
인식률이 굉장히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하려면 또박또박 큰 소리로 완결된 문장을 말해야 한다. 인식에 실패해도 어느 문장이 문제가 된 건지 알 수 없어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볼보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르다. 동반석에 앉은 사람과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말해도 인식을 해낸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뒷자리에서 말해도 틀림없이 알아듣는다.
특히, 디스플레이에 운전자가 내뱉은 문장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말을 인식하지 못한다 해도 어느 부분에서 정확하게 말해야 할지를 알 수 있어 편하다. 볼보 관계자에 따르면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음성 인식률은 96%에 달한다.
DDP에서 경기 파주시 회차점을 돌아오는 130여㎞ 내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시험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특정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다. 자연스레 “아리아, DDP 가자”라고만 말해도 곧바로 길 안내를 준비한다. “무료도로로 가자”라거나, “가장 저렴한 주유소 경유해줘”라는 말까지 알아듣고 수행한다. 굳이 디스플레이를 터치하거나 스마트폰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오디오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훌륭하다. 음악 플랫폼 ‘플로’와 연동돼 다양한 부탁을 알아듣고 수행한다. 인기차트와 특정 가수의 노래는 물론이고,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들려줘”라는 요청도 알아듣는다. 더 까다로운 요청을 생각하다 “90년대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자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온다. 음악을 MP3 파일로 갖고 있지 않아도,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를 알아서 추천해줘 편하다. 신형 XC60을 구매하면 플로 1년 무료 이용권이 제공된다.
온도와 시트 등 공조 기능도 제어할 수 있다. “아리아, 더워”라고 말하면 “운전석 온도를 1도 낮출게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엉뜨 켜줘”처럼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대화도 알아듣는다.
날씨와 뉴스 등 각종 정보를 탐색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아리아, 뉴스 틀어줘”라고 부탁하자 가장 최근 방송된 KBS 1라디오 정시 뉴스가 흘러나온다. 타사처럼 AI가 주요 뉴스를 읽어주는 방법이 아니라 공인된 언론사에서 실제 방송된 뉴스를 들을 수 있어 듣기에 편하고 신뢰할 수도 있다. 날씨나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를 물어봐도 답해준다.
감성 대화도 가능하다. “아리아, 인생이란 뭘까?”라고 묻자 “불공평하게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딱 한 번 주어진다는 점에서 공평하죠. 오늘도 힘내세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매번 물을 때마다 다른 대답을 해주는데, 기대 이상으로 감성적인 말이라 놀랍다.
운전할 때 정신이 산만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음악을 바꾸거나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해야 할 때 시선을 전방에 고정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가 아무리 크고 편하게 구성됐다 해도 번잡함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신형 XC60을 운전하는 동안 번잡한 순간은 없었다. 말만으로도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어 오직 운전에만 집중하면 됐다. 그 덕분에 XC60이 자랑하는 주행 성능과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날 시승한 차는 볼보의 새로운 표준 파워트레인 B5 엔진을 얹은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B5는 가솔린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35.7㎏ㆍm의 힘을 발휘한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도,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도 경쾌한 가속력과 정숙함이 유지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똑똑하고 운전자와 교감하는 차는 없었다. 신형 XC60은 편안함을 바탕으로 안전과 운전의 재미까지 선사한다. 볼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향후 모든 제품군에 적용할 계획이다. 수입차는 물론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던 국산차 업계까지 긴장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