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삼성전자다. 수 많은 우려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레전드급' 호실적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또 다시 과시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유독 주식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몇달 째 ‘7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호실적 발표에도 '6만 전자'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 발표를 했다. 8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매출 73조 원, 영업이익 15조8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분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70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3분기 17조57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다. 전기 대비 매출은 14.65%, 영업이익은 25.7% 늘어난 결과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02%, 영업이익은 27.94% 증가했다.
그러나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다. 8일 7만2300원으로 출발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8일 오후 2시 현재 7만1600원에 그치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는 해 초만 하더라도 증시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1월 중순 주가는 무려 9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였다. 실제 삼성전자는 매 분기마다 호실적을 발표했다. 매번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65조3900억 원·영업이익 9조3800억 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는 매출 63조6700억 원·영업이익 12조5700억 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이번 3분기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7조7500억 원이다. 이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0조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주가 흐름이 실적과 반대로 갔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9만 원대를 넘어 10만 원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일 고꾸라졌다. 4월 말 8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일이었던 7월 29일에는 7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좋은 실적 발표가 주가 상승과 무관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날 역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실적 발표가 주가와 따로 노는 이유는 업황, 원자재 가격 변동, 고객사의 재고량, 다음 분기 예상 실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결국 실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실적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고 말한다.
당장 4분기 실적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원가 하락률을 상회하며 수익성 둔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비메모리 부분은 스마트폰의 수요 비수기 영향이 반영되며 전 분기 대비 17% 하락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건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월부터 지속된 주가 조정 국면은 D램 가격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과거 메모리 업체 주가는 업황을 약 6개월 선행했던 선례를 감안하면 11~12월 이후 주가 반등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