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상승 동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공급난,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투자심리 개선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58포인트(-1.41%) 내린 2914.72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이지만 주가 흐름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ㆍPOSCO 등 주요 기업들의 3분기 호실적을 예상한 바 있지만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의 ‘호재’가 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3조 원, 15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70조 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6만 원대로 추락하며 ‘7만전자’마저 깨지고 만 상황이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추세적 상승 전환을 위해서는 위축된 투자심리의 반전을 일으킬 만한 이벤트나 이익 전망치 상향조정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만약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다면 당분간 국내 증시에는 힘든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도 좋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자재 가격도 나날이 치솟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17달러(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에 마감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에 원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7년 만에 8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여기에 천연가스ㆍ원자재 등의 가격 급등세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여파를 당장 가늠하기 어렵고, 올해 성장률 둔화와 기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라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식시장 조정은 합리적 움직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10월 들어 한국 주식 ‘팔자’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수급,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도 불안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의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주식 비중을 확대할 시기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국제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이다.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미국은 소비 둔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이다”며 “이런 이유로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