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물가지수 2017년 기준 가중치 사용, 최근 소비행태 미반영
"주거비 물가지수에 포함 해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2.0%를 웃돌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높은 집세 상승률과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음식 배달료 등 체감물가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2%대에 그치는 등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6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83(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보다 2.5% 올랐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달걀 등 소위 ‘밥상물가’에 해당하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3.7% 상승했고, 전세와 월세는 각각 2.4%, 0.9% 올랐다.
통계청은 품목을 성질별로 나눠 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다. 각 품목의 지수는 일정 수의 가계동향조사 월평균 소비지출액에서 각 품목의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가중치’를 통해 반영된다. 일례로 농·축·수산물 가중치는 백분율로 환산하면 7.71%가 물가에 반영된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는 2017년 기준 가중치를 사용하고 있어서 최근 달라진 소비지출구조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2017년 이후로 상대적으로 물가가 올라간 품목이 있더라도 가중치는 적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품목의 물가가 체감보다 지수가 낮은 이유는 품목별 가격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2017년 기준 국내단체여행비의 가중치는 2.7인 반면, 해외단체여행비의 가중치는 13.8로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여행객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가중치가 조정돼야 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중치를 매번 임의로 조정할 수는 없다. 발표 시기에 따라 기준 연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년마다 현실 반영을 위해 최근 경제·사회, 가계 소비지출 변화에 맞춰 조사품목을 변경하고 품목별 가중치 등을 조정한다.
주요 물가 지수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가주거비는 자택을 소유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을 말한다. 임차 주택이 아닌 자가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차입자금의 이자나 세금 등 실제 지출되는 비용을 측정하기 어렵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간담회에서 “가계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을 소비자물가에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자가주거비를 반영하게 되면 소비자물가 변동성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되는 현실적 제약 요인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표물가와 현실물가 간 괴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7월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2020년 기준으로 개편해 올해 12월 22일에 공표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지수 기준연도는 기존의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되고, 가중치 기준연도도 2017년에서 2020년으로 바뀐다.
개편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품목은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마스크를 비롯해 최근 수입과 소비량이 증가한 망고와 아보카도 등 14종이다. 반면 연탄, 프린터 등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256원 미만이거나 지속적인 조사가 어려운 13개 품목은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