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가운데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일어나 논란이다. 아동·청소년의 ‘오징어게임’ 관련 컨텐츠 소비 문제다.
국내 기준 오징어게임은 청소년관람불가(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오징어게임이 “물리적 폭력과 신체 위해 요소가 노골적, 지속적으로 표현되어 있고...청소년들이 관람하기에는 부적절하고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아동·청소년들이 이처럼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을 일부 플랫폼을 통해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아동·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이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주로 일어난다. 미국 초등학생 70% 이상이 사용하는 미국의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Roblox)가 대표적이다. 로블록스에서 ‘오징어게임(Squid game)’을 검색하면 100여 개에 달하는 게임방이 검색된다. 각 방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놀이를 가상으로 즐길 수 있다.
유튜브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튜브에서 오징어게임을 검색하면 공식 예고편뿐만 아니라 리뷰, 프리뷰 등 드라마 일부 장면이 포함된 영상이 검색된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한 커뮤니티에 특정 유튜버가 7살 아이가 그린 오징어게임 그림을 섬네일로 설정했다는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그림에는 오징어게임의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영희 로봇’으로 추정되는 여자, 가면을 쓴 사람, 쓰러져 있는 사람 등이 포함돼 있다.
게시글 작성자는 “오징어게임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림에 첫 번째 게임이 묘사돼있다”며 “맨 왼쪽의 큰 여자아이 손에 무언가 들려있나. 저는 ‘총’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저 유튜버 구독자는 7살짜리 딸에게 청소년관람불가인 오징어게임을 보여주고, (유튜버의) 응원 그림을 그리라고 시킨 걸로 보인다”며 “이 그림이야말로 진짜 심각한 ‘아동학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유아, 청소년의 '오징어게임' 시청과 관련한 경험담이 다수 소개되고 있다.
10살 짜리 딸을 키운다는 한 누리꾼은 "딸이 자꾸 오징어 게임을 보여달라고 조른다"며 "폭력적인 내용때문에 안된다고 막고 있지만 친구들과 관계에서 자꾸 소외된다는 말에 제한적으로라도 시청하게 해줘야 하나 고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초등생들이 다니는 학원의 교사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오늘 진짜 무서웠던 것. 5학년 수업하는데 애들이 '오징어게임' 얘기밖에 안 한다"며 "충격 먹고 그런 거 보지 말라고 잘 설득했는데 그 다음 시간 2학년 수업에 들어가니까 그 얘기밖에 안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어디서 보냐고 물어보니까 틱톡에 올라온다고 했다. 어른들, 정신 안 차리나"라고 지적했다.
유아를 돌보는 직업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누리꾼도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여섯 살 아이가 '선생님,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나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움직이면 총 쏴서 사람이 죽었어요'라고 말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아동·청소년이 오징어게임에 노출되자 미국, 유럽 등에서는 폭력적인 컨텐츠로부터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부모 텔레비전·미디어 위원회(PTC)의 멜리사 헨슨 프로그램 국장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논평을 통해 오징어게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폭력적(Incredibly violent)”이라며 “부모들은 넷플릭스에서 자녀 보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CT는 어린이들이 넷플릭스를 통하지 않고도 오징어게임을 간접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PCT는 “10대 청소년들이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 플랫폼을 통해서도 이 시리즈를 보고 있다”며 “‘오징어게임’을 따라한 컨텐츠가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경계하고 조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8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벨기에의 한 학교는 학생들이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놀이의 벌칙이 패자가 주먹으로 맞는 것으로 변한 것을 봤다며 SNS를 통해 “이 건강하지 않고 위험한 게임이 중단될 수 있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