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관이 모든 기능을 다 장악…평가 기능도 분리해야"
"재정 투자 타이밍 중요…비상사태에서는 과감히 재정 투입해야"
"코로나 시대에서 기획재정부는 혁신은커녕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요. 혁신을 위해선 기재부를 예산 편성이나 전략 설정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 부처와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재정' 부처로 분리해야 합니다."
예산 전문가인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기획재정부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예산 문제로 기재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기 정부를 위한 재정개혁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기재부의 정책기획, 예산편성, 성과평가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왜 기재부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현재 기재부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떠한 식으로 개편될 수 있을까. 이투데이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분석·감시하는 민간 연구기관 '나라살림연구소'의 정창수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정 소장은 재정에 대한 입장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재정 사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소비자'의 입장, 재정을 절약하려는 '관리자'의 입장, 그리고 재정의 사용 유무를 판단하는 '수문장'의 입장이다. 그는 기재부가 재정을 아끼려는 '관리자'의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기획'의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과거 경제기획원이나 기획예산처와 같이 기획 기능이 있을 때는 혁신이 이뤄졌다"며 "예산 편성이나 전략 기획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 기능과 예산을 집행하는 재정 기능이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해 출범했다. 정 소장은 이를 기능별로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혁신'을 위한 기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기재부가 개별 사업을 일일이 기획하고 예산도 편성하다 보니 사업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점진적으로만 예산이 짜이고 있다"며 "혁신을 위해선 부처를 나눠 상호 견제와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재부가 '확장재정'을 강조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재정의 '타이밍'을 강조했다. 코로나 등의 비상사태로 인해 재정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과감히 재정을 투자하되, 상황이 호전되면 그때 재정 건전성 등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앞으로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정 소장은 "예산은 편성·심의·집행·평가 등 네 가지 사이클로 돌아가는데, 평가 기능도 기재부에서 분리될 필요가 있다"며 "감사원, 혹은 국무총리실에서 성과 평가를 담당하면 국회에서 심의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기관이 모든 기능을 다 장악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