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망 단지 찍어준 꼴…효과 없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아파트 매매를 하려면 관할 구청에 실거주 목적임을 밝히고 매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갭투자 등 투자 목적 매입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6·17부동산대책에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 이어 올해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 일대 아파트지구가 추가되면서 서울의 토지거래허가지역은 50.27㎢로 확대됐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거래량 급감 속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형은 이달 8일 26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5억 원에 거래됐던 종전 최고가보다 1억 원 오른 금액이다. 현재 호가는 27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 210㎡형은 지난달 23일 72억 원에 팔렸다. 동일 면적 거래로는 역대 최고치로, 종전 최고가(7월·66억 원)보다 6억 원 올랐다. 현재 시세는 70억~72억 원 수준이다.
송파구 A 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이전보다 거래량은 이전의 10분의 1도 안 될 만큼 축소됐다”며 “호가를 높인 배짱 매물이 신고가 거래로 이어지며 인근 단지까지 몸값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평형의 고가아파트가 몰려있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역시 신고가를 경신하며 날로 오르는 추세다. 성수전략정비구역에 해당하는 성수동1가 ‘성수동양’ 전용 84㎡형은 지난달 19일 19억7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져 신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는 6월 17억5000만 원으로 석 달 새 2억 원 넘게 오른 셈이다. 현재 호가는 20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본래 목적인 시장 과열 방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신도시 개발사업처럼 비어 있는 땅에 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라며 “서울처럼 대기 수요가 풍부한 곳에 도입하는 것은 정부가 유망 단지를 찍어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