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한 LCK(LOL 한국 프로리그) 4팀이 그룹 스테이지 첫날과는 딴판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담원 기아, 젠지, T1, 한화생명 e스포츠는 12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그룹 스테이지 2차전을 치렀다. 1일 차에는 네 팀 모두 승리를 거둔 것과 달리 이날은 담원을 제외한 모든 팀이 패했다.
담원은 이날 로그를 상대로 신승을 거두며 2승으로 A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경기 초반부터 담원이 앞서나갔다. 탑라인에서 3분, 8분대에 두 번이나 터진 칸(김동하)의 솔로킬로 초반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상대 정글까지 들어가는 등 캐니언(김건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도움이 됐다. 담원은 13분경 미드 다이브도 성공하며 초반부터 골드 차이를 크게 벌려 나갔다.
그러나 스노우볼은 잘 굴리지 못했다. 담원은 로그의 미드 2차를 밀기 위해 공성을 시도했지만 로그가 이를 틀어막는 가운데 한스 사마(스티븐 리브)의 루시안이 킬을 따내는 등 분투했다. 그 결과 초반 8000 골드 차이까지 벌어졌던 경기가 3000 골드 차이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장로 드래곤을 앞둔 한타에서 담원이 대승을 거두고 넥서스까지 진격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담원을 제외한 세 팀은 모두 불안한 밴픽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T1과 EDG의 경기에선 밴픽부터 플레이까지 T1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T1은 페이커(이상혁)에게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케리아(류민석)에게 쉔을 쥐여주며 맵을 넓게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되레 사일러스가 활약하기 좋은 판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스카웃의 사일러스는 트페, 쉔의 궁을 빼앗아와서 적재적소에 활용해 온 맵을 누비며 T1을 패배로 몰아넣었다.
한화생명은 불안한 밴픽에도 초반 경기 흐름을 주도했으나 PSG의 성장이 제 궤도에 오르며 역전패를 당했다. PSG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챔피언으로 손꼽히는 유미, 탈론, 르블랑 등을 모두 가져왔다. 반면 한화생명은 드레이븐, 파이크를 바탕으로 극단적인 스노우볼링 조합을 짰다. 한화생명은 바텀과 미드에서 앞서 나갔으나 경기 중반 탈론-유미의 기동성과 그웬의 전투력 등에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 결국 좋은 픽을 PSG에 다 내준 한화생명이 파이크 등 불안한 챔피언까지 고르며 밴픽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젠지도 밴픽 두뇌 싸움에서 밀리며 좋은 픽을 너무 많이 내줬다. 젠지는 매드 라이온즈의 루시안 픽을 유도했지만 매드가 첫 픽에서 유미를 택하는 등 밴픽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결국 유미-루시안-르블랑-키아나에 더해 아르무트(이르판 베르크 튀케크)의 시그니처픽인 오공까지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대로 칼리스타, 노틸러스 등 현 메타에 맞지 않는 챔피언을 선택한 젠지가 결국 장기전 끝에 챔피언 성능 차이로 패배를 당했다.
이날 패한 세 팀 모두 밴픽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만큼 밴픽 전략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능을 검증받은 '유미+암살자' 조합을 쉽게 내주거나, 밴픽이 꼬여 스스로 불리한 조합으로 경기를 치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화생명이 유미-탈론+르블랑을 상대로 패배를, 젠지가 유미-키아나+르블랑을 내주며 패했다.
T1의 경우 밴픽으로 ‘셀프 카운터’를 맞은 모습인 만큼,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트페와 쉔을 활용할 전략이었다면 사일러스를 밴하는 등 상대가 대처할 수 있는 카드를 줄여야 했다. 불안한 카드인 제이스를 선픽으로 가져오는 선택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13일 저녁 8시부터는 3일차 경기가 펼쳐진다. 시간 순서대로 한화생명이 RNG를(13일 오후 8시), 젠지가 팀 리퀴드를(14일 오전 0시), 담원 기아가 C9을(14일 오전 1시), T1이 100 씨브즈를(14일 오전 3시) 상대한다. 네 팀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인 2일차에 비해 개선된 밴픽 전략을 세워왔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