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압박될 것”
김홍걸 “배터리 분야도 이런 일 당할 수 있어”
연합뉴스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는 “미국은 이런 요구가 자율적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기업이 고도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정보를 호락호락 제출할 것 같지 않다”면서도 “미국은 공급망의 순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업에 압박이 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45일 내로 회사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요구대로라면 기업들은 내달 18일까지 미국에 자료요청서(RFI)를 제출해야 한다.
상무부가 요구한 자료에는 △3년 매출액을 포함한 매출·주문 현황 △평균 및 현재 재고 현황 △제품별 고객 정보와 고객별 예상 매출 비중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과 초과 수요 대처 방법 △ 반도체 장치 유형·생산공정 리드타임 포함한 공정기술과 생산 현황 등이 담겼다.
이 대사는 “미국은 자율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고도의 정보를 기업들에 요청하고 있다”며 “기업이 대미 협력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제러미 에드워즈 미국 상무부 부대변인도 이번 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전 부분에 대한 재고와 수요, 배송 역학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는 것”이라며 “연방 관보 고시를 통해 제출된 기업들의 기밀 정보는 정부 규칙과 규정에 따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에드워즈 부대변인은 기한 내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방물자생산법 등을 동원해 강제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한국 내에선 미국의 요구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에 참석한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정보 제공과 미국 내 공장 건립 요구를 안 들어주면 불이익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주는 것보다 받는 게 적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이후 바이든 시대엔 달라질 줄 알았는데’ 하는 염려가 있다”며 “배터리 분야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