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美본사 7조원 먹튀 논란…금융위 대주주변경 승인 여부 촉각

입력 2021-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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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나그룹, M&A 주관사로 김앤장 선정…보험시장 ‘먹튀 논란’
자본금 349억 시작, 6조에 매각…10년간 1조1650억 배당도 챙겨
업계 "갱신보험료 급등 가능성에 철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해야"

라이나생명의 본사 미국 시그나그룹이 보험 사업 분야를 자국 처브그룹에 매각하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시그나그룹은 라이나생명을 영위한지 30여 년 만에 매각대금 6조 원과 배당금 1조 원을 챙겨 국내에서 철수한다. 최근 매각된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2조~3조 원대)와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철저한 마진 중심의 영업을 이어오다 발을 뺀 시그나그룹에게 우리 금융당국이 매각에 따른 대주주변경 승인을 내어줄지 관심이다. 당시 시그나그룹은 자본금 349억 원으로 한국 보험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본사 미국 시그나그룹이 보험 사업 분야를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 달러(약 6조9000억 원)로 협상은 내년에 완료될 전망이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외국계 생명보험사 최초로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순이익은 1651억 원으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 회사다. 자기자본수익률 (ROE)은 21%에 달한다.

라이나생명의 갑작스러운 철수 소식에 보험시장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먹튀 논란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그나는 최근 10년간 총 1조165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미국 본사로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016년 이후 특히 높아졌다. 2018년에는 37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95%에 달하는 3500억 원을 배당해 ‘국부유출’ 논란이 일었다. 배당액은 라이나생명의 지분 100%를 소유한 미국의 모기업 시그나그룹이 챙겼다. 한국 보험시장에서 내는 이익을 고배당 정책으로 미국 본사에 갖다 주기 바빴던 것이다.

국내에서 추진하던 사업이 물거품 되는 점도 우리 보험시장엔 악재다. 시그나는 지난 6월부터 ‘외국계 1호 디지털 손보사’ 등장을 예고하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라이나생명에 법률검토팀을 만들어 설립 사전 준비를 이어온 바 있다. 하지만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국내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선 이 모든 작업이 매각을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대주주변경 과정에서 당국의 괘씸죄가 작용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리스크 없이 마진율 중심의 라이나생명의 영업 방식을 바라보는 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라이나생명의 갱신형 상품은 마진율이 높고 특히 10년 미만의 갱신형 상품은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철저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해 동양생명 ABL생명과 같은 사례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양 ABL생명은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가 중국 안방보험으로 대주주가 변경을 승인했다. 이후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긴급 체포로 퇴임하면서 대주주 리스크 우려가 높아졌고, 결국 중국 정부가 위탁경영을 맡게 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그나는 리스크와 투자 없이 한국 보험시장에서 7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겨 나가는 것”이라며 “고용승계와 복지, 위로금 등 이익본 만큼의 대가도 분명히 치르고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그나는 M&A 주관사로 김앤장을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이나생명 직원들의 고용승계, 복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발표 전이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과 국회가 외국계 자본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프랑스 최대 보험그룹인 악사손해보험이 국내 철수를 시도했고 최근에는 일본계 금융 그룹 제이트러스트가 JT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등 외국계 기업의 국내 철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를 위해 구조조정과 고율 배당만 지속하다 떠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또다시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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