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여력 14兆이지만 신용대출ㆍ주담대 확대는 어려워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세자금·잔금대출이 제외되면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나머지 대출에 대해서도 은행권의 여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주도한 전세자금대출이 관리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다른 대출을 실행할 여유분이 생기면서 대출 절벽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이전과 같은 탓에 은행권이 대출 제한을 풀기는 쉽지 않아 실수요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8878억 원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6%대의 최상단 6.99%를 적용하면 올해 은행들이 맞춰야 하는 가계대출액은 716조9977억 원 이하다. 남은 대출 여력은 약 14조 원이다.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을 4분기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은 더욱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이 관리 대상에서 빠지며 남은 14조 원의 대출 여력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 중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으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어왔다.
A 은행 관계자는 “당초 올해 대출 증가액 중에서 전세자금 대출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며 “전세자금대출이 관리 대상에서 빠지며 대출에 여력이 생긴 만큼 다른 대출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B 은행 관계자 역시 “대출의 한도는 정해져 있는데 전세자금대출이 빠지며 다른 대출을 실행할 여유가 생겼다”며 “차주 1인당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이전과 같을 테지만 대신 여러 차주에 대출의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출 여력이 생겼다고 해서 은행권이 마냥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늘릴 수는 없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서 예외로 둔 실수요 대출인 전세대출도 과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은행의 여신심사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라고 요청한 만큼, 다른 대출 역시 여전히 은행이 대출 제한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은행 자체로도 여전히 6%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해야 하므로 대출 여력이 늘었다고 해도 대출을 더 내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당국의 실수요자 보호 방침에 전세자금대출은 계속하되 신용대출과 부동산 대출 판매는 이달 20일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C 은행 관계자는 “다른 대출을 완화한다는 당국의 기조가 없는 만큼 실수요 가계대출에 대해서만 한도를 배정하고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에 대해선 마이너스통장 5000만 원 제한, 연 소득 이내 대출 등 이전과 변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