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이 식품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육류 소비 증가는 성인병 증가와 환경오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체육은 육류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살린 일명 ‘식물성 고기’다.
비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전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까지 더해져 기업들의 대체육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가축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으며 매년 시장규모가 커지는 점도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19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2023년 6조7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19년 5조원을 넘어선 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2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잠재력이 큰 만큼 시장 형성 초기에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대체육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육가공 분야에 강점을 지닌 기업은 물론 스낵과 라면 전문 기업들까지 대체육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체육 시장에 비교적 빨리 진출한 기업으로는 롯데푸드와 동원F&B가 꼽힌다. 롯데푸드는 육가공분야에 강점을 앞세워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트 제로미트’를 론칭했고 최근에는 ‘제로미트 베지 함박스테이크’ 2종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동원F&B는 미국 대표 대체육 기업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Beyond Burger)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욘드버거는 식풀성 대체육 패티를 사용한 버거류로 비욘드미트의 간판 제품 중 하나다.
올해 신동원 회장 취임 후 라면과 스낵 중심에서 건기식과 일반 식품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농심도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를 론칭하고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떡갈비, 너비아니 등을 내놨다. 서울에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인 농심은 이 매장을 통해 베지가든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비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SPC삼립도 미국 푸드테크기업 ‘잇 저스트’와 손잡고 대체육 시장을 확대한다. SPC삼립은 대체 계란인 ‘저스트 에그’로 만든 에그타르트를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도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했으며,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치킨 없는 치킨너겟을 선보여 소비자 호응을 얻기도 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대체육에 강점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 시장에 안착할 채비를 마쳤다. CJ제일제당은 싱가포르의 갑각류 배양육 기술 보유 기업 시오크미트와 이스라엘 배양육 전문 기업 알레프팜 등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 대체육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식물성 대체 단백질 스타트업 플랜티블푸즈의 시리즈A 투자에도 참여했다.
대상은 세포 배양 기술력을 갖춘 스페이스에프와 무혈청 배지 전문 기업 엑셀세라퓨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SK와 한화가 대표적이다.
SK㈜는 미국 대체 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에 지난해 54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도 650억 원을 추가투자했다. SK㈜는 대체식품의 국내 유통을 위해 SPC삼립과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퍼펙트데이는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로 유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다른 대체식품과 달리 동물성 단백질이지만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유전자를 통해 제조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유단백질은 아이스크림과 치즈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SK㈜는 단백질 기업인 미국 네이처스 파인드에도 290억 원을 투자했으며 중국 식음료 기업인 조이비오 그룹과 조성한 1000억원 규모 펀드로 중국 내 대체식품 스타트업 발굴에도 나선다.
한화는 미국 배양육 업체 뉴에이지미트의 A시리즈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는 싱가포르 비건 수산물 스타트업에도 투자한 바 있다. 뉴에이지미트는 도축이 아닌 동물세포에서 추출한 배양육 전문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국내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글로벌 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대체육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식감까지 육류를 대체할 수준의 푸드테크가 결합된 대체육 제품이 드물지만 미국, 영국의 푸드테크 기업들은 식감까지 구현해낸 제품으로 비건족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공략하고 있다”며 “ESG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대체육 시장에 투자하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