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회사 임의대로 수수료 변경… 불공정 위촉계약서” 호소
국감서 “제도적 문제, 공정위·금감원 시정 조치 나서야” 목소리
한화생명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보험설계사들간의 갈등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게 시정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사태를 종합해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제도적인 문제’다. 위촉계약서로 촉발된 보험사와 설계사간의 갈등은 사실상 금감원의 감독 권한으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위촉계약서 관행 개선과 금감원의 과정 점검 등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배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험사가 보험설계사와 맺는 위촉계약서 내용 중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회사가 바꿀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하고 있고, 계약상의 변경사항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보험사와 설계사가 맺는 계약의 핵심은 보험판매에 대한 수수료인데, 이 수수료의 변화를 회사 마음대로 한다고 하는 계약은 불공정하다”며 “보험설계사들에게 사전 고지나 동의 없이 위탁계약의 일부 내용이 변경되는 문제가 있고, 이와 같은 문제를 전국 20만 보험설계사가 겪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조사와 시정조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배 의원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은보 금감원장을 향해 지적했다. 그는 “올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분사하면서 아직 다른 생보사들과는 대리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수수료 변경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해촉한다고 협박하고 강요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고”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와 금감원은 추가 확인과 협조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또한 이들 주장에 반박하는 근거자료들을 만들어 관련 기관들에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에 부여된 감독권으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조치할 만한 법적 근거는 많지 않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GA인 만큼 한화생명 제품만 판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센티브를 얼마나 줄지는 GA와 설계사간 계약의 문제이며, 금감원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다만 금감원은 위촉계약시 작성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는 살펴볼 전망이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설계사들이 부동의할 경우에는 부동의서약서를 쓰게했다”며 “부동의 서약서를 쓴 설계사들에게는 7,8월까지 지속적으로 압박을 했고, 이는 부동의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촉계약서 작성 시에 설계사 동의 여부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사실 확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례를 통해 업계에서는 그간 보험사와 보험설계사가 맺는 위촉계약에 수수료의 변동과 내용변경에 따른 사전고지를 강화하는 등 보험업계의 불공정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회사가 모든 내용을 위촉계약서에 다 담을수 없겠지만, 수수료는 설계사들에게 월급인 만큼 금액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어 “공정위는 계약서상 불합리한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선행해야 하고, 금감원은 위촉계약서 작성 때 설명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기체결된 위촉계약은 물적분할 절차에 의해 포괄 승계됨에 따라 별도 개별 동의는 요구되지 않는다"며 "물적분할 이후 변경된 위촉계약서/부속약정서는 '21년 4월 이후 신규 위촉된 설계사와 체결하는 것이므로 설계사의 동의 하에 체결한 계약"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배진교 의원 등이 신청한 구도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결국 무산됐다. 배 의원은 지난 7일 국감장에 불려온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에게도 구 사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정무위 여야간사가 금융당국 종합감사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좌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