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원자잿값 급등의 여파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또다시 큰 폭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1.13(2015년=100)으로 전월(110.86)보다 0.2% 올라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5% 급등해 2011년 4월(8.1%)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인 생산자물가지수는 보통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들의 생활물가에 반영되는 선행지표다. 이 같은 상승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공산품이 9월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유가와 원자잿값 상승이 반영됐다. 공산품 지수(112.51)는 전달보다 0.3% 높아져 1년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석탄·석유제품(2.1%),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각각 0.4%)이 많이 올랐다. 1년 전에 비해 석탄·석유제품 상승률이 59.2%, 1차 금속제품 31.7%, 화학제품 17.0%에 이르면서 전체적으로 13.2%나 뛰었다. 2008년 10월(16.1%)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면 농수산품의 생산자물가지수(135.90)는 전달보다 0.8% 떨어졌다. 올해 작황이 좋아 공급이 늘었고, 추석 이후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서비스 지수(109.61)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도 이미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 중반의 상승률을 보인 소비자물가가 10월 3%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고공행진이고, 석탄·철광석·구리·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른다. 글로벌 경제불안으로 환율까지 상승해 수입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이 조사한 9월 수입물가지수는 124.61로 2014년 2월(124.6) 이후 최고치로 1년 전보다 26.8% 뛰었다. 제품의 원가가 올라 연쇄적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
유가나 환율변수는 정부의 통제 밖에 있고, 주요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물류대란까지 겹쳐 물가를 올리는 악재들만 가득하다. 대처할 마땅한 방도도 없는 현실이다. 기업경영 환경과 함께 민생의 어려움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회복세를 타던 우리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급히 휘발유와 경유 등의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려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것으로 효과는 제한적이다. 주요 수입품목의 할당관세 인하, 안정적 수입선과 충분한 비축물량 확보도 서둘러야 한다. 석유와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기업피해를 완화하고, 소비자물가 폭등으로 인한 서민생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정책수단의 동원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