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아쉽게 우주에 도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주 개발은 ‘실패의 역사’다. 지금 ‘우주 강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가들도 수없이 많은 발사체 발사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앞서 실패의 경험을 바탕삼아 성장한 역사가 있다.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948회의 우주발사체 발사 중 54대가 발사에 실패했다. 특히 첫 발사체인 경우 3대 중 1대가 겨우 성공할 정도로 성공 확률이 떨어졌다. 열한 개 나라 중에 단 세 나라만이 첫 번째 발사에서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나로호(KSLV-Ⅰ)가 있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는 100㎏급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발사체 기술 자립을 이루겠단 포부였다.
한국 최초의 발사체지만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 엔진을 썼다. 당시 로켓 기술력이 없던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협력해 나로호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은 200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10년 8개월이 걸렸고, 개발비는 5025억 원을 투입했다.
나로호는 세 번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2009년 첫 번째 발사에서는 2단 로켓 분리 이후 페어링(덮개)이 분리되지 않아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추락했다. 남은 페어링으로 인해 무게가 무거워지면서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 이후 정부와 항우연은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와 ‘페어링 전문조사 태스크포스(TF)’ 등 실패 원인을 철저히 조사했다. 위원회는 총 13번, 검토한 문서는 5200여 건으로 알려졌다. 페어링이 떨어져나가지 않은 모든 이유와 문제점을 찾아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항우연이 지상시험을 통해 개선했다. 페어링 전체 시스템 시험은 24회나 실시했다. 이를 통해 페어링 분리 장치 일부를 교체하고 두 번째 발사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듬해 6월 두 번째 발사에서 나로호는 이륙 후 137초만에 내부 폭발로 발사에 실패하게 됐다. 실패 직후 한·러 공동조사단은 △분리장치 등 로켓 제어시스템 오작동 △산화제 누출로 인한 폭발 가능성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원인 규명 작업을 벌였다.
2013년 1월 30일 나로호는 마침내 우주로 날아올랐다. 오후 4시 이륙한 나로호는 예정대로 페어링을 떼어냈다. 이어 1단, 2단 로켓을 차례로 분리했고 정상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켰다.
우주 강국인 미국 역시 지난한 실패의 과정을 지나 왔다. 미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뱅가드(Vanguard)’는 1957년 발사 2초만에 폭발했다. 이어 두 번째 발사에서는 57초만에 상공에서 폭발했고, 1959년까지 이어진 12번의 발사에서 총 8번 실패했다.
일본 역시 ‘4전5기’ 도전을 했다. 일본은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 4단 우주발사체 ‘람다4S’를 개발했다. 첫 번째부터 네 번째 발사에 실패하는 내내 4단부 로켓이 말썽을 부렸지만 1970년 2월 결국 인공위성 ‘오스미’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