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그냥 단지 한 번 쏘아 올린 발사체”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했으나 위성을 대신한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는 못했다. 누리호의 비정상 비행과 관련해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누리호는 그냥 단지 한 번 쏘아 올린 발사체일 뿐”이라며 “이번 발사로 성패를 나누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발사를 성공과 실패로 판단하면 안 되고 완성의 과정으로 가는 길로 바라봐야 한다”며 “발사체를 개발해서 모형 위성을 넣어 성능을 본 것이고 다음 발사와 이번 발사의 성격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묘기 당구도 기회 3번을 준다”며 “누리호는 이미 기술개발이 됐는데 마무리하는 작업에서 실패했다고 그동안 했던 것이 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이번 발사가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이지 발사 성패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에 실패했다고 바라보면 그게 첫 번째 시험 실패이지 누리호 프로그램의 실패는 아니다”라며 “발사 자체가 성공했더라도 누리호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누리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신뢰성을 갖는 발사체처럼 여러 번 발사를 통해 탄탄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진 발사체를 가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사체 기술은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조약으로 국가간 교류가 힘들다”며 “선진국의 도움을 받고, 기술을 수입할 수 없어서 우리 스스로 힘겨운 기술 개발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열 부산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시험’이라고 못을 박았다. 최 교수는 “지상에서 많은 시험을 해봤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발사와 내년에 한 번 더 있을 발사까지가 시험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몇 번은 성패 상관없이 다 시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처음은 문제가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우주 발사체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 최고수준이라고 단정 짖는 건 욕심이다”라며 “초기 소프트웨어가 계속 업데이트되듯 누리호도 여러 번의 발사를 해야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누리호는 이번 비정상 비행에도 앞으로 5차례 더 발사될 예정이다. 당장 내년 5월 19일에 2차 시험 발사가 계획됐다. 이후 12년간의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은 마무리되고 후속 사업이 시작된다. 누리호의 신뢰도 확보 사업이 진행돼 2027년까지 추가로 4차례 더 발사가 예정돼 있다.
7개월가량 남은 2차 시험 발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1차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숙제가 남았다. 과기정통부는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 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