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20일 넘게 구속해 조사하고도 핵심인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부정처사후수뢰(약속) 등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는 넣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은 배당구조를 설계하면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 막대한 이익을 주고 성남시에 1100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은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건의 ‘윗선’을 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건이 복잡하고 배임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측면이 있어 포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수사 신뢰도를 낮추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면서다.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에 포함된 내용을 줄여서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법원은 유 전 본부장이 청구한 구속적부심도 "구속영장의 발부가 적법하고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건 관련 검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발 빠르게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 출석을 한 차례 미룬 유 전 본부장이 지난 1일 건강 이상을 이유로 들며 응급실로 향하자 즉각 체포했다.
법원이 3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14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법원은 배임 혐의 등이 담긴 검찰의 구속영장을 두고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졸속 수사 비판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은 15일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나서면서도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해 논란이 됐다. 21일에야 뒤늦게 시장실 등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봐주기 수사’ 등 지적은 이어졌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귀국 현장에서 전격 체포하고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풀어주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남 변호사를 5일 연속 소환해 조사하는 등 핵심인물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팀은 조만간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고 남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