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276일간의 일정을 분석한 결과 108일을 백악관을 떠나 자택이나 별장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하루 종일 있거나 그날 잠시 머문 날까지 합친 수치다. 69일은 윌밍턴 자택, 32일은 메릴랜드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7일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레호보스 비치 별장이었다. 사실상 백악관에서 주말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금요일이었던 전날 저녁에도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델라웨어 별장으로 향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많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275일 동안 플로리다주 리조트 마러라고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 소유 골프클럽에서 61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9일을 보내 총 70일간 백악관을 떠나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보다 적은 40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84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올해 2월 CNN방송 타운홀 행사에서 백악관을 ‘금박 입힌 새장’에 비유하며 “나는 대선에 출마할때부터 백악관 밖에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백악관을 ‘엄청난 백색 감옥’으로 칭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정말 좋은 감옥’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렇게 전임 대통령들이 백악관 생활을 ‘감옥 생활’로 칭하는 이유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소리가 다 들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투어를 하는 시민과 여행자들로 붐볐던 곳이 백악관이다.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다고 해서 업무에 차질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CNN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 있더라도 철저한 보안을 갖춘 통신장비를 사용해 원격 업무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비밀경호국(SS)을 비롯한 수행원들을 동원한 상태에서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띄우는 데 모두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가족을 데리고 걸핏하면 마러라고 리조트나 개인 골프클럽으로 향해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골프 같은 여가와는 거리가 먼 원격생활이라고 CNN은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기간 275일 중 골프클럽을 찾은 것은 12일 정도로, 같은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75일을 골프클럽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