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반정부 인사 석방 요구하는 대사들에 추방 지시
이후 리라화 가치 사상 최저치 기록 등 자본시장 출렁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틀 전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10개국 대사에 내렸던 추방 지시를 철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각료 회의 후 TV 연설에서 “대사들의 공동 성명으로 야기된 조치를 취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철회는) 터키의 주권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우리는 결코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10개국 대사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터키 반정부 인사 석방을 촉구하자 23일 이들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 대사들을 외교사절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으로, 사실상 추방을 의미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를 이해하거나, 그러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추방 소식에 터키 리라화 가치가 1% 넘게 떨어지는 등 시장이 흔들리자 대통령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리라화 가치는 최근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2개월 연속 낮추면서 함께 떨어졌다. 여기에 대사 추방이라는 국제사회 이슈까지 겹치면서 미국 달러화당 리라화 환율은 전날 한때 9.84리라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추방 철회 소식이 전해진 이날 리라화 환율은 다시 장중 9.5리라까지 내렸다.
인터치캐피털의 피오트르 매티스 애널리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10명의 대사를 추방하는 게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온전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터키 국영언론은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등 터키 주재 대사관들이 성명을 통해 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에르도안 대통령 결정이 바뀐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대사 추방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했지만, 터키와 서방 세력 간 갈등이 당장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8일 발표한 공동 성명은 비엔나 협약과 일치한다”며 반정부 인사 석방 요구가 유효함을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린 계속해서 법치주의와 인권 존중을 전 세계적으로 증진해갈 것”이라며 “이에 관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터키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 다른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계속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