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압박 키우는 항구 혼잡 해소 나서
바이든 정부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문제 지적도
글로벌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고 기간도 길어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던 미국 정부도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치솟는 물가 부담에 조 바이든 정권을 향한 민심도 식어간다. 국정 운영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바이든 정부는 공급 쇼크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바이든표’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 항만 당국은 부두에 컨테이너를 장기간 쌓아둔 해운선사에 내달부터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해운선사들은 트럭에 실을 컨테이너는 9일간, 철도 운송이 예정된 컨테이너는 3일간 무료로 부두에 둘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컨테이너 1대당 매일 100달러(약 12만 원)를 물어야 한다.
마리오 코데로 롱비치 항만청 이사는 “항만 터미널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이번 조치를 통해 컨테이너선이 짐을 내릴 장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금 카드까지 꺼내든 이유는 물류대란 조짐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을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19일 기준 100척 이상의 화물선이 미국 양대 항구인 LA항과 롱비치항에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전망 무게 추를 옮긴 백악관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는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면서 “벌금 조치로 항만 병목 현상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은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제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달 초에도 미국 해상 물동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두 항구를 24시간 풀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강수 조치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물류대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아위 패더그룬은 “여러 요인이 결합해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24시간 항만 운영과 벌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 공급 쇼크는 수요 급증, 치솟은 운송 비용, 인력 부족, 해외 생산 지연, 무역 정책 등이 얽히고설켜 초래된 복합적 위기로, 지엽적 접근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설명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물가 쇼크는 바이든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3월 바이든이 서명한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은 과도했다”면서 “당시는 이미 공급망 혼란으로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것을 구입하지 못하는 때였다”고 말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경기부양책 중 하나였던 ‘미국구조계획’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미국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무너질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 과반 턱걸이 의석수로 안 그래도 힘겨운 국정 운영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