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 3년만에 2% 돌파, 손절에 SK소문까지 ‘채권시장 패닉’

입력 2021-10-27 16:57수정 2021-10-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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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와 격차 130bp 육박 10년8개월만 최대
통안채 모집도 11년만에 응모액 미달, 부풀었던 긴급 바이백도 무산
기재부 30년물 8000억 모집 헛발질에 한은 매파 일변도 지적도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년만에 2%를 돌파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0.75%)와의 격차는 130bp에 육박하며 10년8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채권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패닉장이었다. 손절물량이 지속된데다, SK 관련 소문까지 확산하면서 특히 단기물로는 투매양상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이같은 배경으로 기획재정부의 헛발질과 한국은행의 매파 일변도를 꼽았다. 정부 개입 전에는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어렵다고 봤다.

27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9.7bp(1bp=0.01%p) 상승한 2.044%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0월24일(2.007%) 이후 처음으로 2%대로 올라선 것이며, 2018년 10월16일(2.048%) 이래 최고치다. 또, 12일 11.4bp 급등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한은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129.4bp에 달했다. 이는 2011년 2월8일(131bp) 이후 최대치다.

비교적 단기물인 통안채 1년물은 7.4bp 오른 1.305%를, 통안채 2년물은 9.8bp 상승한 1.783%를 보였다.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 시장에서 1510계약을 순매도해 이틀째 매도에 나섰다.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포지션 추정치는 1만9998계약에 그쳐 사흘만에 2만계약을 밑돌았다. 22일엔 1만8923계약까지 떨어져 2017년 11월16일(1만8054계약) 이후 3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외국인은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장중엔 SK가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위해 자금 마련차 2조원 내지 4조원 가량의 신탁을 환매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단기물 투매의 진원지로 꼽힌 셈이다.

통화안정증권 모집도 부진했다. 이날 한은이 실시한 통안채 1년물 5000억원 정례모집에서 응모액조차 모집예정액을 채우지 못했다. 응모액 및 낙찰액은 각각 900억원에 그쳤다.

응모율로는 18%에 그친 것으로 한은이 통안1년물 정례모집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응모액이 예정액을 밑돈 것은 2010년 10월29일 3000억원 규모 모집 당시 2600억원에 그친 후 11년만에 처음이다. 당시 응모율은 86.7%였고, 낙찰액은 2200억원이었다.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는 “단기물 시장이 망가지면서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매수 자체가 한계가 있었다. 내일 11월 국고채 발행물량 축소에 대한 기대가 있긴 해도 한은쪽은 방관하는 모양새라 시장에 신뢰가 가질 않는다”며 “전망 자체도 안갯속이라 예상키 쉽지 않다. 한은쪽에서 뭔가 대책이 나와줘야 안정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도 “전날 기재부의 우호적 멘트로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지만, 크레딧물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시장에 부담을 줬다. 30년물 8000억원에 이어 금일 통안채 정례모집 물량도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장중 호주와 뉴질랜드 금리 급등 소식도 패닉장세 연출에 한몫했다”며 “기재부나 한은 개입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원론적 얘기에 그침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더 악화했다. 특히, 기재부의 긴급 바이백 기대 무산도 컸다. 금리를 불문하고 매수호가에 정리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 개입 전엔 시장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공세와 여타국 금리 움직임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기재부는 국고채 30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 해소를 위해 국고채 30년물 8000억원어치를 모집방식 비경쟁인수방식으로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듀레이션이 긴 초장기 종목이라 국고채 10년물로 2조원을 발행하는 것과 같은 수급부담으로 작용했다.

복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듀레이션 개념으로 보면 국고채 30년물 8000억원은 10년물 2조원에 달하는 규모”라며 “모집방식 비경쟁인수 물량을 발표할 때 다음달 국고채 발행규모를 크게 줄이겠다는 발표를 함께 했었어야 했다. 최근 채권시장 불안은 기재부의 헛발질이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채포럼에서 기재부는 국고채 발행물량을 과감히 조정하고,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긴급 바이백(조기상환)을 적기에 시행하며, 한은과도 정책공조를 통해 시장안정조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과의 정책공조는 시장안정을 위한 국고채 단순매입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었다. 반면,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구체적 협의는 없었다. 원론적 의미에서의 시장 안정화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복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이 기가 막힌다. 이주열 총재가 처음 금리인상 시그널을 줄때도 질서있는 정상화를 말했었다. 지금 보면 2~3개월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계속 손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좋은데 변동성을 좀 줄여가면서 서서히 해야할 것 같다. 발행시장 또한 올스톱 상태다. 한은도 국고채 단순매입을 해주든, 당분간 통안채 3년물 발행을 중단하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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