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등 저소득 105개국 공급 계획
화이자·모더나, 백신 기술 공유 거부와 대조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크는 이날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단체인 ‘의약품특허풀(Medicines Patent Pool)’과 자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특허 사용 협약을 맺었다. 다른 제약사들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몰누피라비르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0년 설립된 MPP는 의약품 가격을 낮춰 저소득 국가의 접근권을 향상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MPP는 다른 제조사들과 협력해 몰누피라비르를 생산해 북한과 파키스탄·캄보디아·아프리카 모든 국가를 포함한 105개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머크의 글로벌제약공공정책 책임자인 폴 섀퍼는 “처음부터 제약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생산 거점을 확장하길 원했다”면서 “특허 사용 및 공급 협약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동시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PP는 “치료제 생산 규모는 아직 미정이지만 연내 배송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첫 번째 코로나19 치료제다. 의료 시스템이 열악하고 백신 수급률이 낮은 국가들의 코로나 대응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머크의 ‘통 큰’ 결단으로 로열티까지 면제되면서 더 싼 값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머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분류하는 한, 특허 사용료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머크의 이 같은 행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 모더나와 뚜렷이 구별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에 합작회사를 만들어 계약업체에 기술면허를 주도록 요청했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선진국에 밀린 저소득 국가에 대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두 회사가 막대한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기술을 개발한 만큼 공유 책임이 있다는 여론도 거셌다. 실제로 두 회사의 백신 개발은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니다. 모더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을 통해 25억 달러(약 2조9500억 원)를 지원받았다. 화이자도 모더나와 함께 미 국립보건원(NIH)이 개발한 기술을 부분적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화이자와 모더나는 끝내 백신 기술 공유 요청을 거부했다. 화이자는 기술을 공유하는 대신 백신을 ‘원가’에 공급하는 길을 택했다. 모더나는 논의 요구조차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전 세계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머크는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이윤’보다 ‘사회적 책임’을 택한 셈이다.
머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FDA 위원회는 내달 검토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