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합작법인 '코드' 지지부진
국세청 과세, 시행 코앞인데 당국 가이드라인 못정해
독과점, '거래 급감' 중소형 거래소들 존폐기로에 서
가상자산(암포화폐·가상화폐) 거래소가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의 신호탄을 쐈지만, 새롭게 정립된 규제로 안정기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우려했던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손실이나 사회적 혼란에서 한발 비켜갔지만 △자금세탁방지 △트래블룰 △중소형 거래소의 생존 △가상자산 과세 등 4대 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변곡점이 됐다. 이런 민감한 과제들이 내년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는 큰 혼란 없이 시장이 안착 중이라고 자평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핵심 요소들에서 당국과 거래소,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도권에 진입하는 필수 요소로 꼽았던 ‘자금세탁 방지책’도 불안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수차례 컨설팅과 공문을 통해 거래소에 현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은행 또한 이에 발맞춰 실명계좌 발급의 주요 요건으로 자금세탁방지와 이를 준수하기 위한 트래블룰 대비를 요구했다.
특금법상 신고 심사 기간 사이 업계 1위인 A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점이 노출됐던 것으로 이투데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수십억 원 상당의 보이스피싱이 발생해 해외로 가상자산이 유출되는데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해당 과정에서 실명계좌를 발급한 은행과의 핫라인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에는 A거래소에서 신규 코인이 상장, 8배 폭증한 트래픽에 계좌이체·결제 등 실명계좌 제휴 은행의 서비스가 마비되기도 했다. 서비스 불안정성이 문제로 거듭 제기되는데도, 실제 투자자들이 입었을 피해에 대한 산정이 어려워 피해보상은 사실상 요원하다. 더불어 두번째로 신고 수리서를 받은 B거래소 또한 고객신원확인(KYC) 과정에서 서버 과부하 등 진통을 겪었다.
트래블룰을 준수하기 위해 설립한 거래소들의 얼라이언스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트래블룰에서 고객 신원 확인과 해당 정보의 전송만을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가닥을 잡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트래블룰을 준수하기 위해 출범한 빗썸·코인원·코빗의 합작법인 CODE를 비롯한 얼라이언스들이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끝내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의 생존 또한 미지수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제외하고 중소형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코인의 거래량은 0에 수렴한다.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없고 추가적인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운 만큼 존폐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거래소들의 거래 침체와 맞물려 특금법 규제 내에 들어온 4대 거래소의 거래량 또한 함께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 또한 난관이 예상된다. 기존 자산들과는 거래형태가 다르고 입출금이 잦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려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거래소 관계자들은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 전했지만 연내 갈무리하기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