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긴 먼 탄소중립] 안 따르면 '고립' 따르면 '고사'...산업계 'NDC 딜레마'

입력 2021-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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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030년까지 40% 감축"

(이투데이DB)

기존 계획보다 5% 상향해 발표
韓 산업 구조상 실현 가능성 희박
불이행시 국제사회 제재 가능성
원전확대ㆍ기업지원 등 대안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영국시간)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는 올해 8월 말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35% 이상 감축보다 확대된 것으로,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계 시각은 우려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NDC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NDC를 설정해 법제화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독일은 1990년 대비 65%, 프랑스는 1990년 대비 40%, 덴마크는 1900년 대비 70%, 스웨덴은 1990년 대비 63% 줄이겠다고 자국법에 명시했다. 한국과 기준연도(2018년)가 같은 아일랜드는 51% 감축으로 법제화했다. 2030년 감축 목표 기준 시점을 2017년으로 통일해 계산해도 주요국의 NDC는 대부분 40%를 웃돈다. 관련 조사를 한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44.1%, EU 43.4%, 독일 51.7%, 일본 42.2%, 영국 47% 등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명시한 35% 감축 목표치보다도 높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종전보다 상향된 NDC 이행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속력 차원에서 법 개정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향된 NDC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자칫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은 물론 경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과거 EU는 국제노동기구(IPO) 핵심협약 비준이 늦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 무역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제도는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국가의 제품을 생산하고 수입할 때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제도다.

EU는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등 5개 품목을 대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3년 1월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철강산업 등을 주력하는 우리나라가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산업계는 지금도 속도가 빠른데 법제화까지 추진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데다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EU가 1차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해당 제품의 대(對)EU 수출이 11%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에너지학회, 한국자원경제학회, 한국원자력학회 등 에너지 관련 학회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정부의 NDC 목표가 ‘과도하다’(부정적ㆍ매우 부정적 답변 합산)라고 답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정유, 시멘트 업종에선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 비중이 60%를 넘길 정도로 반발이 심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감축 목표를 현실화하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과 수소·암모니아 등 신에너지를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발전의 비중 확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강화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정부가 탄소 중립 정책 법제화에 굉장히 적극적이지만, 부작용과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며 “탄소세를 걷어 이를 관련 기술 연구ㆍ개발(R&D) 자금으로 지원하거나, 법인세를 감면하는 방식의 ‘세수 중립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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