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망 사용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망 사용료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는 부사장까지 방한해 관련 문제를 논의했으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은 지난 2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하고, 다음날에는 국회를 찾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관계자들과 만나 수차례 논의에 나섰지만 넷플릭스는 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딘 부사장은 ‘망 사용료의 공정한 책정과 사용’, ‘기술적 협력 등 대안’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망 사용료란 일종의 ‘교통혼잡세’다.
데이터 전송을 위해 설치되는 인터넷 망은 ISP 업체가 설치한다. 소비자들은 흔히 말하는 ‘인터넷 요금’을 지불하고 이 망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제공사업자(CP)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CP들이 ISP 업체가 설치한 인터넷 망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수록 ISP 업체는 망 유지·보수·확대에 더 큰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ISP 업체들은 망 사용량이 높은 CP에게 ‘망 사용료’를 받는다. 쉽게 말해 일종의 공공재인 도로(인터넷 망)를 더 많이 이용해 혼잡해지게 만드는 주체(CP)에 도로 유지 등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CP 업체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ISP 업체의 부담이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CP 업체별 하루 평균 인터넷 트래픽(데이터 전송량) 점유율은 구글이 25.89%, 넷플릭스가 4.81%로 전체 1·2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이 두 업체는 현재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트래픽 점유율 1.8%에 불과한 네이버의 경우 망 사용료로 2016년 734억 원, 2017년에는 1100억 원을 넘게 지불했다. 이 기간 점유율 1.42%인 카카오는 2016년 300억 원 대의 망 사용료를 ISP 업체 측에 지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연간 1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등 일부 기업의 망 사용료 미지불이 국내 업체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망 사용료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종의 임시 데이터 서버인 오픈커넥트를 ISP의 네트워크에 설치해 넷플릭스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컨텐츠를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딘 부사장은 4일 ‘미디어 오픈토크’에서 “한국에서 인프라 및 망 사용료 관련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지난해 1000여 개 ISP가 오픈커넥트를 이용해 전체 트래픽의 95%를 절감했고 1조41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ISP와 넷플릭스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일부 국가에서 ISP 업체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가 미국의 ISP 업체인 컴캐스트에 인터넷 속도 향상을 위해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망 구축 비용의 일부를 분담한 모양새다. 또한 같은 해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하며 “컴캐스트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외에도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오렌지 등 주요 ISP 업체와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오렌지는 유튜브 등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로부터도 망 사용료를 받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