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경로엔 영향 없을 듯..11월 인상 후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여부 주목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4.2bp(1bp=0.01%p) 하락한 2.428%에 고시됐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만큼 강세를 기록한 것이다. 3년물 금리는 0.4bp 오르는데 그친 2.040%를 보였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시적이라 판단한데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정책금리 인상간 거리두기에 나선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 우려가 확산하면서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연준 금리인상 시점을 기존 내년 말에서 내년 중순까지도 앞당겨 봤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 결과를 비교적 호재로 받아드리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테이퍼링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부문을 긍정적으로 봤다”며 “기존에 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던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얼마만큼 가격에 반영했었는지에 따라 금리 하락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증권사 채권담당 본부장은 “예상했던 수준이어서 특별히 영향 받을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번 FOMC에서도 첫날엔 비둘기파(통화완화)로 평가해 금리가 빠졌다가 다음날부터 반등한 경험이 있다. 며칠간 방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안정 노력도 시장안정에 힘을 보탰다. 앞서, 2조원 규모로 긴급 바이백(국고채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던 기재부는 매입시기를 5일로 확정한데 이어, 매입대상 종목으로 3년과 10년 국채선물 바스켓(만기 시 최종결제기준 채권) 종목인 21-1(2021년 첫 번째 지표채권)과 20-9 종목을 포함시켰다. 바스켓 종목이 국채선물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줬다.
최근까지도 국고채 단순매입을 할 상황이 아니라며 강경일변도였던 한국은행도 한발 물러섰다. 이날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후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필요시 국고채 매입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은 금리인상 기조에 견제구를 날린 것도 채권시장엔 우호적이었다. KDI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이 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3분기에 걸쳐 최대 0.15%포인트 떨어지는데 반해,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은 하락폭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FOMC가 예상수준에서 마무리됨에 따라 한은 금리인상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이 이미 11월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관심은 이주열 총재 임기 종료 직전인 내년 1~2월로 쏠리고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큰 변수는 총재 임기다. 통상 임기전 잘 안올리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며 “금통위원 중에 매파(통화긴축)들이 워낙 많아 내년 1~2월 중에도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나, 시장상황이 어떻게 바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11월에 이어 내년 1분기중 한번 더 인상할 것”이라며 “다만 이후 추가 인상은 내년말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다. 11월 금통위도 10월보다 더 매파적이기 어려워 시장금리는 당분간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