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은 달러를 쓸어 담았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 들어 9개월 동안 중국의 무역 흑자는 4400억 달러(약 521조4000억 원)로, 2015~2019년 평균 3360억 달러와 2020년 3250억 달러 대비 큰 폭 늘었다.
골드만삭스 추산 결과 9월 한 달간 달러 순유입액은 140억 달러로, 전달 55억 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무역흑자가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벌어들인 소득이 많은 만큼 은행 잔고도 두둑해졌다. 은행 외화 예금액은 1조 달러를 조금 밑돈다. 코로나 봉쇄 조치로 해외 소비가 ‘강제’되면서 저축액이 더 늘어난 영향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대폭 증가한 달러가 어디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늘어난 달러에 비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중국은 과거 막대한 흑자로 얻은 달러를 미 국채 매입에 투입해왔다. 이로써 세계 경제 차원에서 달러 순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달러가 다른 곳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일부가 시중 은행에 예금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중국 국제수지표 상의 ‘오류 및 생략’ 항목으로 전체 달러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미스터리’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중국 거시경제 담당자인 베키 리우는 “이는 흑자로 늘어난 달러 보유자가 민간 부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거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했을 수도 있다.
중국의 달러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에 넘치는 달러가 세계 경제 충격으로부터 중요한 쿠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RBC캐피탈마켓의 아시아 환율전략 담당자인 앨빈 탄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어떻게 재투입되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중국 경제가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국제수지나 외채 문제가 거의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