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광고현수막·계약금 할인도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9월 총 1만3842가구로 전월(1만4864) 대비 6.9% 줄었다. 정부가 2000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반면 대구는 두 달 연속 미분양이 2000가구 이상 속출하며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8월 2365가구를 기록하며 2015년 12월(2396가구) 이후 5년 8개월 만에 2000가구를 넘어섰다. 9월에도 미분양 주택이 2093가구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2000가구를 넘어선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구발(發)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은 2008년 사상 최악의 미분양 사태를 경험했다. 2000년대 들어 건설사들이 대구 아파트 건설에 경쟁적으로 진출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며 2008년 말 2만1379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이 쏟아졌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단지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받은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 아파트는 전용면적 84A㎡형을 제외하고 모두 미달했다. 이 단지는 대구 내 핵심 주거지역인 수성구 파동에 들어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구 전역에 부는 청약 한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9월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동인’은 전 평형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1순위는 물론 2순위 청약과 무순위 청약까지 미달해 지난달 13일 선착순 계약을 받았다.
대구의 분양 경기는 당분간 악화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달 대구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64.0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HSSI 전망치는 지난달보다 0.2포인트 오른 84.8였다. 주산연 관계자는 “주택사업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주택사업계획 수립 시 철저한 지역 시장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세워 미분양 물량 해소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사업지마다 선착순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분양 광고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린 상황이다. 또 다른 단지에서는 계약금 1000만 원으로 계약 조건을 완화했다. 모집 공고문에서 제시한 계약금의 나머지 비용은 대출로 연계하는 것이다.
연말에도 대규모 공급물량이 예정돼 고전하는 사업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연말까지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4367가구에 달한다. 연도별 입주 예정 물량은 2022년 2만935가구, 2023년 3만1965가구로 미분양 위험 요인이 산재해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과 같은 대구의 미분양 사태는 공급 과잉이 가장 큰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며 “3년 동안 연평균 수준을 넘는 물량이 나오며 옥석가리기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