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 동시 수사…"수사 결과 시점 등이 관건"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루된 의혹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 검찰이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 특혜ㆍ로비 의혹 핵심 인물들은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윗선’ 규명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검찰은 김 씨 등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개발 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봤다.
검찰은 당초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유 전 본부장을 배임 혐의를 제외한 채 1차 기소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등 과정에서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해 수사 동력을 얻게 됐다. 남은 것은 유 전 본부장을 넘어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임했던 이 후보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종 결재권자인 이 후보가 민간 업체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알고도 승인했다는 의혹 등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대권 도전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 사장 사퇴 압박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황 전 사장과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의 녹취록에는 ‘정 실장’과 ‘시장님’이 등장했다. ‘정 실장’은 이 후보의 복심으로 꼽히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지목됐다.
검찰이 정 전 실장 등 소환을 거쳐 이 후보를 조사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지난 9월 29일 검찰 압수수색 직전 정 전 실장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건물 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만큼 정 전 실장이 조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전담수사팀에 포함된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직원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수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수사를 지휘하는 유경필 부장검사도 확진됐다. 김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 후 첫 조사는 확진자 발생으로 미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김 씨의 소환조사만 남았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의혹의 핵심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재성 정보를 흘려 주식을 매매하게 한 뒤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계좌로 허수 매수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의심한다.
김 씨는 권 회장이 시세를 조종하는 과정에서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김 씨가 자금을 제공하는 대가로 주식을 헐값에 매입해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었는지 수사 중이다.
주가조작 관련자들의 첫 공판은 이달 19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오전 11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이모 씨와 김모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이 사건에서 이른바 ‘선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후보 측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법조브로커 의혹도 수사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동시 수사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면서 "수사 내용과 결과, 결론을 내리는 시점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에 대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