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메타버스는 온라인 초단기 임대업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NFT도 아직 소유권에 대한 디지털 각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활용처에 대한 고민 없이 기술만 등장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사례들이 너무나도 많다. 5월 시작된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스카이피플의 행정재판이 세 번이나 연기됐다.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입장 정리가 늦어져서다. 최근에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지침을 참고,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부당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엑시인피니티, 로블록스 등 타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했다. 국내 규제에 막힌 스카이피플, 위메이드 등은 속절없이 기회를 놓친 셈이다.
기술이 앞서나가고 당국이 뒤쳐지면, 이 사이에 있는 대중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전망만 보고 뒤따라가야할지, 안전한 선택을 할지 미궁에 빠진다. 자산증식 욕구를 온 사회에서 부채질하는 현 시류를 고려하면 전자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올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욕구가 빗발쳤다. 메타버스·NFT 등 기술이 대두되고, 대중들이 이를 ‘호재’와 ‘악재’로 치환하고, 정부당국에서 빼어든 규제의 칼날로 2021년이 점철됐다.
메타버스와 NFT 이후에 무엇이 남을까.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상상마저 규제받는 것 같다”라 토로했다. 여당의 가상자산 과세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댓글창에는 “규제하는 저놈이 적”, “아군이다 사격중지”라는 분노만 넘실댔다. 기술의 발전을 법과 행정으로 따라갈 수 없는 금융당국의 주름살은 늘어만 간다. 그래도 가상자산을 품에 안은 금융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며 거리두기에 나서기보다, 현상에 대한 적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선순환 고리를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금융당국만이 구슬을 ‘꿰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