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등 인프라 보수·전기차 충전소 확대 등
경제성장·고용 효과 예상보다 약할 것 관측도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1조2000억 달러(약 1424조 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이 전날 밤 하원에서 통과돼 대통령 서명만 남겨 놓고 있다.
사회복지 지출과 더불어 바이든의 간판 정책 중 하나인 이 법안은 도로·교량·철도 등 노후화가 심한 물적 인프라를 보수·강화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여 고용 창출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친환경차 확대 추세에 발맞춰 전기차 충전소 확대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념비적인 진전이다. 이번 인프라 법안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거대한 투자로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은 1990년대 빌 클린턴 정권 당시 정보고속도로 구상이 민간 인터넷 보급으로 이어지는 등 차세대 산업에 대한 민관의 투자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인프라 법안에 대해서도 증세나 재정적자 우려가 있지만, 워싱턴 정가는 고용창출과 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원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6명이 기후변화 위기 악화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에서 13명이 초당파적 지지를 보내면서 법안이 통과됐다.
WSJ는 “자동차와 버스,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출퇴근 인프라가 개선되고 철도 노선이 확대되고 공항 시설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법안은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인 부족한 충전소 문제 해소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프라 법안이 막대한 효과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 법안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연말까지 0.17%(340억 달러) 증가시키고, 오는 2026년까지는 0.5%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이 효과는 지출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봤다. 특히 무디스는 법안이 통과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미국의 GDP가 오는 2031년 말까지 0.12%(390억 달러) 더 커지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고용 측면에서도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무디스는 이 법이 오는 2026년까지 누적 56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부분 일자리는 일시적일 것으로, 오는 2031년까지 고용 순증가는 7만5000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켄트 스메터스 경제학 교수는 “현재 미국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막대한 지출이 대규모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스메터스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과 연방정부 부채 문제도 인프라 법안 효과를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회예산국은 2016년 연방정부의 자본 투자 1달러당 연간 민간 부문 생산이 약 5센트씩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자유주의 싱크탱크 리즌재단의 마크 스크라이브너 교통 전문가는 “정부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는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부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