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는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 전문가들은 K-콘텐츠 투자에 대해 “출연 배우의 인기와 흥행 기대감에 투자하기 보다 기업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1월에 주목하고 있는 이벤트 중 하나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이라고 말했다.
◇디즈니가 ‘K-콘텐츠’ 한류가 기름 부을까=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D.P.’를 시작으로 그동안 부족했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쏟아내는 이유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넷플릭스도 디즈니를, 디즈니도 넷플릭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디즈니는 K-콘텐츠로 넷플릭스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즈니플러스는 10월14일 열린 APAC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국내 작품 7편을 포함한 아태 지역 신규 콘텐츠 20여 편을 선보였다.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 지역 DTC 사업총괄은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한국은 전 세계 시청자들을 한류 문화의 힘으로 완전히 사로잡았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론칭과 더불어 한국의 창조적 우수성을 전 세계 시청자에게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내세운 작품이 제작비 50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알려진 ‘무빙’이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킹덤’ 시즌2의 박인재 감독이 연출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와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블랙핑크 데뷔 5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더 무비’도 공개한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콘텐츠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넘어 세계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플랫폼기업의 위기(치열한 경쟁에 따른)는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국내 콘텐츠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기업 옥석은 가랴야= KB증권은 11월 주식시장을 이끌 트렌드 업종으로 ‘콘텐츠’를 꼽았다.
허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은 곧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IPTV 플랫폼과 OTT 플랫폼 간의 주도권 경쟁 역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기 위한 사업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콘텐츠 사업자들의 가치 또한 상승할 것이고, 통신사들의 수익원 다변화를 통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노력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콘텐츠 기업들의 수혜를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산업군에서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콘텐츠산업 내 기업들은 계약 구조에 있어서 ‘갑-을-병-정’의 체계가 유지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비 표준단가 기준 수립 △콘텐츠산업 불공정행위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및 조사 고도화 △구제 대상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관리와 법 집행의 주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