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싼 걸 나한테 왜 집어넣어.”
가수 김흥국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입니다. 방송에서 마스크도 안 쓴 그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로 가격을 꼽아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몇 달 전 나돌았던 ‘가짜’ 뉴스를 믿은 듯 합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는 데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네요. 백신 가격, ‘진짜’ 얼마일까요?
1959년생인 김흥국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입니다. 그래서 연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돌았던 ‘AZ는 싸구려 백신’이란 글을 믿고 한 말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온라인에는 중국 시노팜 백신 가격이 72.5달러(약 8만 6021원)로 가장 비싸고, 미국 모더나 백신은 32~37달러(약 3만 7968원~4만 3900원)이며, AZ 백신은 4달러(약 4746원)이라는 게시물이 떠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에버사나’가 지난해 9월 백신 가격을 전망한 것으로, 실제 가격이 아닙니다. 물론 AZ 백신 가격이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싼 건 맞습니다. AZ가 이윤을 남기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조은희 안전접종관리반장은 “AZ 백신은 옥스포드 대학 제너연구소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익적 목적으로 계약하고 개발한 것”이라며 “공장이 있어 투자 비용이 줄다 보니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백신은 ‘진짜’ 얼마일까요?
우선 화이자는 출시 당시 1회분의 가격이 15.5유로(약 2만 1000원)이었습니다. 모더나는 22.6달러(약 2만 6000원)으로 더 비쌌고요. 석달 전 화이자와 모더나는 가격을 각각 25%, 10% 올렸는데요. 지금은 19.5유로(약 2만 6700원), 25.5달러(약 2만 9400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AZ는 출시 이후 줄곧 4달러(약 4700원)를 받고 있고, 얀센도 10달러(약 1만1000원)로 화이자와 모더나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가 쓴 돈은 얼마일까요. 지난 3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총 1억 5200만 회분의 백신 구매비로 3조 8067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올해는 이미 계약된 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지만, 내년에는 인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며 “현재는 협상 초기 단계라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신 가격은 △생산 기반 △투자 △기업 윤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합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다릅니다. 앞서 말한 가격은 선진국에만 해당되는데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ㆍ저소득 국가엔 더 낮은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죠. 실제 화이자는 지난해 초 브라질에 백신을 10달러, 튀니지에는 7달러(약 8200원)에 팔았습니다.
하지만, 돌파 감염 등으로 백신 수요가 많아지자 제약사들의 탐욕이 시작됐는데요. 빈국에는 아예 백신을 보내지 않거나, 가격을 되레 올려 받았습니다.
이런 지적이 쏟아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백신 생산량을 늘려 내년 저소득 국가에 10억 회분을 공급하고, 아프리카에 백신 공장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