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에서 주먹밥을 먹고, 치킨집에서 맥주를 사 마시는 시대다.
식품ㆍ외식업계가 '빅 블러'(Big Blur) 열풍 속에서 기존 경쟁구도 공식이 속속 깨지고 있다. 주력 먹거리를 벗어난 사업 확장으로 업종 간 영역이 흐려지는 빅 블러 바람이 거세다. 맥주 시장에선 기존 주류업체와 치킨집, 간편식 시장에선 베이커리와 식품업계가 경쟁관계에 놓이는 등 기존 경쟁 구도가 다중구도로 바뀌면서 업계는 새 영역 확대에 주력하고 콜라보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매콤 로제 구운주먹밥, 까르보나라 구운주먹밥 등 '구운주먹밥' 2종을 11일 출시한다. 앞서 이디야커피는 2019년부터 ‘핫 샌드위치’, ‘대만식 샌드위치’, ‘수프’ 등 일찍이 식사대용 간편식 라인을 구축해온 데 이어 올해도 ‘스퀘어피자’와 ‘샐러드’ 등을 출시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배달을 통한 간편식 메뉴가 인기를 끌어 메뉴개발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빅 블러 바람에 업계가 적극적으로 올라타는 건 '한우물'만 파서는 지속되는 불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보장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식품ㆍ프랜차이즈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는 '닭' 이외 사이드메뉴로 눈을 돌렸다. 일찍이 볶음밥, 돈까스 등 일반 외식 메뉴를 팔아온 교촌에프엔비는 치킨과 함께 곁들여먹는 맥주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교촌치킨은 8월 강원도 고성군에 '문베어브루잉' 수제맥주 공장을 개장하며 수제맥주 출시를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인덜지 수제맥주 사업부를 12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교촌치킨은 맥주, 가정간편식(HMR)을 넘어 음료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교촌치킨은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개발한 탄산음료 '교촌 트윙클링'를 출시했다. 치킨 페어링 음료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트윙클’과 시원한 탄산을 표현한 ‘스파클링’을 의미를 함께 담았다.
제너시스 BBQ 역시 지난해 7월 국내 수제 맥주 1호 기업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수제맥주인 ‘BBQ비어 6종’을 출시했다. BBQ는 현재 경기도 이천에 수제맥주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설도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제주맥주와 협업해 에일 맥주 '치얼스'를 출시, 맥주 이외에도 콤부차 등을 개발해 선보였다.
경계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을 앞세운 업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라면과 맥주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불닭맥주'라고 알려진 '불닭망고에일' 출시를 위해 삼양식품,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수제 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이 한데 뭉쳤다.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 30억 개를 달성한 불닭 브랜드의 인지도, 말레이시아에 문을 연 CU 편의점, 글로벌 홈술족 증가에 힘입은 수제맥주 인기 등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오뚜기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이하 어메이징)과 손잡고 진라면과 에일을 결합한 라거 스타일 맥주 ‘진라거’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오뚜기와 어메이징은 지난 3년간 한국형 맥주 개발에 힘써왔다. 양사는 앞서 2019년 오뚜기 창립 50주년을 맞아 오뚜기 토마토 퓨레가 들어간 ‘토마토 블론드 에일’과 오뚜기 카레에 들어가는 강황과 큐민을 사용한 ‘카레 위트 에일’을 선보였고, 오뚜기 식품연구소와 함께 국내 효모를 개발해 5차례에 걸쳐 한국형 에일 맥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불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업종간 경계가 흐려지는 틈을 타 재빠르게 시장에 진출하거나, 타 업종과의 컬래버 전략을 구사해 신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빅 블러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