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부터 댄서들까지, 여성들이 예능계를 주름잡았다. 예능계 뿐만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여성들은 재벌, 히어로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표현해내며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과거 남성들이 중심이 된 예능, 드라마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여성 연대와 서사가 주목받으며 여성 출연자 중심의 방송들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와 엠넷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E채널 ‘노는 언니’가 있다. 세 프로그램 모두 큰 인기를 모으며 스핀오프 프로그램과 후속편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스우파’는 무대 뒤에 가려져 있던 여성 댄서들을 조명,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과 댄서들의 인지도를 높이며 댄서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평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댄스 크루 여덟 팀(훅, 라치카, 홀리뱅, 코카N버터, 프라우드먼, 웨이비, 원트, YGX)의 실력과 프로 정신을 보여주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방송 내내 화제성 1위를 놓치지 않았고, 출연진은 방송가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크루마다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도 생겼다.
인기에 힘입어 ‘스우파’ 스핀오프도 제작에 돌입했다. 최고의 여고생 크루를 선발하는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스걸파)다. 대한민국 최고의 ‘틴에이저 걸스 크루’를 선발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스우파’에 출연 중인 여덟 크루의 리더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설 예정이다. 남성 크루들이 참여하는 ‘스트릿 맨 파이터’ 제작도 논의 중이다.
유명 여성들이 팀을 이뤄 몸을 사리지 않고 축구 경기를 하는 ‘골때녀’는 시즌1의 예상치 못한 인기에 지난달 27일 시즌2를 시작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여러분이 이렇게 목숨 걸고 할 줄 몰랐다”며 시즌2 제작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설 연휴 파일럿 예능에서 인기를 얻은 뒤 정규 편성에서 6~8%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죽을 힘을 다하며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이 늘어가는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여성 연대의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해 8월 시작한 E채널의 ‘노는 언니’다. 박세리(골프), 한유미(배구), 남현희(펜싱) 등 여자 운동선수들이 주 종목 스포츠 대결을 펼치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유쾌하게 전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시즌 2를 시작하며 2년째 방송되고 있다. 코미디언 김민경이 ‘운동 천재’로 활약하는 코미디TV ‘오늘부터 운동뚱’도 1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여성 중심의 트렌드를 만들고 고정팬들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예능 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에 내세우고 있다. 최근 재벌가 여성의 연대를 다룬 tvN ‘마인’부터 ‘하이클래스’, JTBC ‘너를 닮은 사람’, SBS ‘원 더 우먼’, 넷플릭스 ‘마이네임’ 등이 그렇다. 여성 캐릭터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틀을 깨고 나오며, 자신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내는 모습이다.
여성 중심의 서사는 이제 경쟁력이 됐다. ‘여자는 예뻐야 한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등 시대착오적인 프레임을 깨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갈증 풀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진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을 기대하게 만든다.